오늘도 씁니다
굳이 프로젝트 개인 미션으로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1일째다.
저마다 하고 싶은 걸로 개인 미션을 정하는 것이었는데 하고 싶기도 했지만 해야 할 것으로 결정했다.
미션이란 낱말은 말소리의 무게로는 가볍지만 말뜻의 무게로는 꽤나 묵직했기 때문이다.
미션 mis·sion
1. 임무
2. 길고 험난한 여정에 나서다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자 길고 험난하지만 굳이 걸어가야 할 여정이다.
브런치에 발을 담근 지 2년이 넘었지만 고작 스무 편을 올려놨을 뿐이다. 계속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추천하는 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하면 더 좋을 테지만 아직까진 잠들기 직전에 쓰고 있다.
글을 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미완으로 끝내 저장해 놓고 넘어가는 일도 허다하다.
시작한 4월 9일 이후 30일에 걸쳐 매일 다른 글을 쓰고 마무리가 된 열여섯 편을 발행했다. 간신히 5할을 넘겼다. 발행한 날도 쓰고 싶은 게 생각나서 제목이나 짧게 몇 줄 적어 저장해 둔 것도 열 개 정도 더 있다.
이처럼 쓸 거리가 매일 솟아 나올 줄 몰랐다. 역시 해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예전의 나라면 며칠 쓰다 말았을 것이다.
습관의 1차 기준점이 되는 21일을 넘겼다.
억지로 해낸 것은 아니었다. 미션 완료했다는 인증글을 카페에 올렸어도 누군가 매일 읽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달력에 X를 치듯 나만의 사슬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오현호 작가님의 짧은 댓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가 황송도 하고 영광스럽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브런치에 글을 저장해서 퇴고를 하지만 발행해 놓고도 수없이 오가며 퇴고한다. 최재천 교수님도 백 번 퇴고하신다는데 나는 적어도 서른 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처음엔 열 명 정도 글을 읽었는데 이젠 스무 명 남짓이 된다. 그새 구독자도 몇 분 늘었다. 이어지는 글이 모두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을 했다가 안심을 했다. 내게 큰 기대를 하며 글을 읽는 독자가 몇이나 될까.
그 많은 글 중 어쩌다가 내 글에 내려앉아 몇 초든 몇 분이든 귀한 시간을 내어주심에 감사할 뿐이다.
투두두둑 빗소리를 들으며 웬 저녁에 집안 계단에 앉아 글을 쓴다. 이젠 언제든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다.
글을 쓰다 새로 찾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나'를 알게 된다.
글의 제목을 쭉 훑어보고 쓴 글을 다시 읽고 있으면 흠칫 놀란다. 내 안에 이런 내가 있었구나 싶다.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되도록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 글을 써야겠다.
이 쓰기의 발걸음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궁금해졌다.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다.
어딘 줄도 모르고 뚜벅뚜벅 걷는다.
가끔 서서 먼 곳을 보고 때로 쪼그려 앉아 발밑을 본다.
내가 걷는 길에 만나는 행운의 조각을 주워 담는다.
그 조각을 담은 자루에서 어떤 빛을 내뿜을지 어떤 향을 흩뿌릴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냥 내 것이기에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