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침에 씻고 나오면서 무심한 듯 묻는다.
"엄마 요즘엔 왜 감사수첩 안 써요?"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안 읽는 줄 알았어요?"
"난 관심 없는 줄 알고 하다 말았지. 다시 쓸게."
3월 말 오현호 작가님이 청소년과 학부모 대상 줌강연에서 제안한 감사편지 쓰기가 마음에 들었다.
아들에게 감사한 일을 적을 손바닥만 한 수첩을 마련했다.
하루에 세 가지 정도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면 사소하더라도 생각이 이어져 제법 여러 개를 쓰게 된다.
아들에게 이상한 거 한다는 말을 들을까 봐 던지듯이 말했다.
"엄마가 강연에서 배운 건데 이제부터 너한테 감사한 거 수첩에 적어놓을 거야. 책장 위에 둘 테니 시간 될 때 읽어."
그렇게 한 동안 수첩을 채웠다.
아들이 읽는지 안 읽는지 티가 나지 않고 수첩에 쓴 내용에 대한 얘기도 하지 않기에 별 관심이 없나 보다 했다.
감사수첩을 쓰는 동안엔 나도 기분이 좋고 아이가 읽을 생각에 더 기쁘긴 했다.
하지만 아들의 무반응에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니 동력이 떨어져 하다 말았다.
좋은 것이라도 습관으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몇 번 들쳐보면서 왜 안 쓰나 궁금해했는지, 오래간만에 열어봤는데 멈춰있어서 말을 꺼냈는지 속내는 알 수 없다.
확실한 단 한 가지는 기다렸다는 것이다.
다 큰 거 같고 무심해 보이는 아들이
엄마의 사소한 감사로 힘을 얻고 있었나 보다.
아들의 관심에 다시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감사수첩도 심폐소생 시켜야겠다.
아들아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