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실패했다고 말하네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마

얼마 전부터 브런치가 싫었다.

미웠다.

들어오기 싫었다.

알람을 보고 새로운 글을 읽으려고 하면 안 되고

답글을 길게 써 놓고 엔터를 누르면 또 안 되고

사람 기운 빼고 할 맛을 잃게 하기 딱 좋았다.

그러다 오기가 났다.

기어이 노트북을 꺼내 들고 전원을 켰다.

이번에는 업데이트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업데이트를 완료할 때까지 조금 진정하고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삭제 후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 기분 나쁜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바로 '실패'라는 말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에게 '실패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사람이 가장 최근에 누구였는지 떠올려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실패'라는 말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 적어도 내 주위에선 그렇다.

성공에 대해 꿈꾸고 말하며 실행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내 삶에는 성공하진 않았어도 노력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나에게 '실패했다'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브런치다.

'인증에 실패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으나 확인 버튼 하나만 누르면 넘어갈 수 있다.

화면이 바뀌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해결했을 테지만 인정하고 '확인' 한 번이면 되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계속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내가 나라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실패'라는 말 좀 그만할 수 없겠어?

난 실패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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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지만 나는 아직도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며 살고 있다.

특별히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글쓰기도 그중에 하나다.

지극히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에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있어서인지 배움을 갈망해서인지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며 살고 있다.

하나를 깊고 끈덕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늘 초보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잘하는 것보다 부족하고 더디고 목표나 기대에 이르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정말 다행인 건 내가 매일 만나는 아이들에게 그렇듯이 스스로 괜찮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자 과정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가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다 보니 이런 삶이 참 마음에 든다.

배움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것, 가르치는 사람의 진심을 알기에 감사하며 따르는 것.

콩나물에 매일같이 물을 붓는 심정으로 배우며 살다 보면 어느새 부쩍 자라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성장하는 사람 옆에서 부러움 반, 걸림 반으로 뭐라도 조금씩 따라 하다 보면 나도 몇 발자국 앞에 가 있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생각하며 계속하면 된다. 스스로 그만두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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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부분의 시작은 1월이나 봄이지만 나의 글쓰기는 늦가을에 시작되었다.

겨울철새들이 이제 막 자리 잡고 앉은 것처럼 겨울이 나의 발돋움시기이다.

추워서 더 움츠려지고 한 자리에 오래 있기 좋은 이 계절에는 글쓰기가 딱이다.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100편의 글을 쓰려한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가 오가는 나의 머릿속의 생각 하나를 붙들고 내 눈앞의 장면 중 한 순간만 저장하자.

귀찮음과 두려움을 이기고 잠깐 자리에 앉으면 된다.

생각하는 것을 모두 쓰지 않는다.

인상적인 것만 정리하여 쓴다.

바른말을 이해하기 좋게 쓴다.

그렇게 하다 보니 꺼내놓지 못한 글만 쌓이고 그 글무더기에는 먼지만 폴폴 쌓인 째 서랍으로 창고로 들어가 버렸다.

아직은 투박하고 서툴지만 하나하나 양지바른 곳에 널어두려 한다.

누가 볼까 두렵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봐주길 바란다.

지나는 이가 무심결 던진 눈길에 눈 둘 곳을 찾느라 바쁘지만 맘 좋은 한 두 명의 말이면 족하다.

그렇게 환하고 따뜻한 이곳에 익숙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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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합니다. 잘 압니다.

그러니 한 마디 충고의 양분을 주시려거든 뿌리내린 봄에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