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피하는 방법
아침에 일어나 블라인드를 내렸다.
창 앞에 우뚝 선 소나무가 흔들린다.
바람이 부는구나.
외출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왼쪽에 있던 머리칼이 휙 오른쪽으로 몰려간다.
여기도 바람이 부는구나.
차를 타고 집 앞에서 죄회전을 했다.
아까시, 주엽, 벚, 너 나 할 것 없이 연둣빛 춤을 춘다.
가지 높이에도 바람이 부는구나.
쭉 뻗은 공항고속도로를 달렸다.
급한 일이 생긴 듯 구름이 서둘러 지나간다.
저 하늘에도 바람이 부는구나.
계양산을 바라보며 경명대로를 달렸다.
길가에 선 플라타너스의 잎들이 서로 부대낀다.
바람길이 된 도로에도 바람이 부는구나.
친정집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머리칼이 하늘로 향하려 한다.
단지 안을 휘돌아 바람이 부는구나.
엄마와 함께 자유로를 달렸다.
창문을 내리자 파닥대는 소리가 따갑다.
차를 때리 듯 세차게 바람이 부는구나.
심학산 자락에 차를 대고 내렸다.
옅은 파란빛 수국이 덩어리째 이리저리 흔들린다.
꽃대가 꺾일 듯이 무섭게 바람이 부는구나.
엄마와 강아지와 좀 더 높은 곳에 올랐다.
쪼그만 강아지 온몸의 털이 삐죽하게 선다.
털이 뽑힐 듯 거세게 바람이 부는구나.
해가 질 무렵 집을 향해 서쪽으로 달렸다.
영종대교 옆 발전기 세 개의 날개가 쉼 없이 돈다.
무거운 날개를 돌릴 만큼 힘차게 바람이 부는구나.
하늘이 까매지고 산책을 나섰다.
질끈 묶은 머리꼬리가 좌우로 흔들린다.
여전히 건재한 바람이 부는구나.
하루 종일 어디서든 바람이 불었다.
자연 안에 있음을 잊지 말라는 듯 내 몸을 계속 흔들며 알려주었다.
바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분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 바람을 맞아본 적이 없다.
내가 맞는 바람이 더 세다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그냥
바람은 바람이다.
바람을 맞는 누구나 흔들린다.
그 바람도 언젠가는 멎는다.
비록 다시 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