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오싹했던 갭이어 체험기

by durumi


짧지 않은 경력, 적지 않은 나이, 그리고 1년 남짓의 공백. 면접은 봤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어느 대기업 계열사 면접 때 “현재는 쉬고 있다”고 말하니 단박에 면접을 종료시켜 버린 아주 기분 나빴던 회사도 있었다. (이정도 팩트 확인은 이력서로 진작 걸렀어야 하지 않을까?) 공백기간을 겪으며 느낀 것은 한국 사회는 아직도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거다. 칼 졸업, 칼 취직, 거기에 매끄럽고 빈틈없는 경력기간이 더해져야 합격률, 즉 승률이 올라간다. 인사팀이었기에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내 경험이 되니 뼈에 새겨졌다. 중단된 커리어를 다시 이어 나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행히 길고 어두웠던 터널 끝에 지금의 회사가 나에게 기회를 주었고 벼랑 끝에 다시 잡은 기회와 그 경험을 꼭 나누고 싶었다.


공백기간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누구나 그럴거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다. 서류전형 30군데 이상 탈락(30군데 이후부터 세보지도 않았다)했다. 대학교 저학년 때, 과연 내가 이 신생 유니콘기업을 알고 있었을까? 그때 이 회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정김경숙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에서도 보면 구글 여성 임원들에게 10년 후의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계획같은 건 없다”라고 했단다. 그만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계획에 나를 너무 옭아매지 말자. 그저 성장하고 의미있는 길을 만들어나가면 좋지 않을까!


포트폴리오는 디자이너만 만드는 게 아니었다. 인사담당자들도 포트폴리오에 넣을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했다. 요즘은 기업들은 자사 채용홈페이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원티드, 리멤버 등 여러 채용플랫폼을 이용한다. 때문에 자기소개서도 자유양식이고 제출할 수 있는 서류에도 제한이 없다. 내 역량을 보여줄 길이 많다는 말이다. 좋은 레퍼런스를 많이 찾고 보아야 한다. 단, 자기소개서 내용은 똑같이 따라하는 건 금물이다.


취업 혹은 이직은 내 관심사와 경험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최재천 교수님의 책 <과학자의 서재>에서 “세상 경험 중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라 했다. 정말 돌아보니 그렇다. 내가 모자라서 결과가 안 좋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진 경험이 이 회사에 맞지 않을 뿐, 서로의 니즈가 맞지 않아서 탈락한단 생각이 더 맞겠다. 내 경험을 환영하고 찾는 곳은 분명히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채용담당자로 나와 같은 처지의 후보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그만 두었다가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한번은 후보자에게 “결과가 어떻더라도, 본인의 꿈을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될 때까지 꼭 도전하시고 이루세요. 저도 똑같이 공백이 있었답니다”라고 말을 전했다. 그러자 후보자가 소리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나의 같은 경험의 누군가를 마주치면, 응원하게 된다. 언젠가 그 분도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용기를 줄 수 있길 바란다. 등골 오싹한 갭이어를 경험하고 있는 분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