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없습니다!

무소속의 에피소드

by durumi


1.

아이의 계좌 개설을 위해 찾은 증권사에서 내 직업을 묻는다. 지금껏 내 직업은 ‘회사원’이었는데 인생 처음 ‘가정주부’에 체크를 하고 답하려니 뭔가 익숙치가 않다. 병적으로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 오려고 노력했던 사람인지라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지해서 산다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니, 익숙이 아니라 어딘가 자존심이 상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내 유년 시절 탓이라, 가정주부 비하 아님) 어쩌면 관두는 순간, 당연히 예상 했었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의 증권계좌를 트면서 새삼 깨달았다. 이후에도 무소속의 나는 내 스스로 다시 온전히 설 수 있을지 불안해 했고, 그리고 내 이름 석 자로 온전히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순간들을 맞이했다.




2.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서, 찾아오는 긴 시간 역시 어색하게 다가왔다. 이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이럴수가! 수없이 동료들과 마시고 마시던 커피를 이제 마실 일조차 없게 됐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들어온 동네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밖을 내다봤다. 오가는 사람들 중에 내 또래의 직장인들이 보였다. 내가 그렇게 원하던 아이와의 시간이었는데 사람은 참 간사하다. 이젠 바삐 일터로 향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내가 갖지 못한 것만 눈에 들어온다. 와, 정말 나 너무 하찮은 인간이구나-를 절감하는 순간.



3.

갭이어는 정말 날 성찰하게 해줬다. 겸손함, 안분지족,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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