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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Jan 27. 2022

10월을 위한 영화 31편 05

16일-18일: 사랑이 이런 건가요?

Moons and Junes and Ferris wheels

The dizzy dancing way that you feel

As every fairy tale comes real

I've looked at love that way

달이니 유월이니 유원지 대관람차 같은 것들

모든 동화 속 얘기가 현실이 될 때 느껴지는

춤추는 듯 빙글빙글 도는 기분

난 지금껏 사랑을 그런 식으로 봐 왔지


But now it's just another show

And you leave 'em laughing when you go

And if you care, don't let them know

Don't give yourself away

하지만 이제 보니 사랑은 흔해 빠진 쇼

관객들 웃음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무대를 내려가는

하지만 마음에 걸려도 안 그런 척해야 돼

자기 정체를 드러내면 안 되는 거거든


I've looked at love from both sides now

From give and take and still somehow

It's love's illusions that I recall

I really don't know love

Really don't know love at all

그렇게 지금의 나는 사랑의 양면을 다 봤어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해 봤지만 어쩐지 여전히

내 기억에 남은 건 그저 사랑의 환영일 뿐

사랑이 뭔지는 정말 모르겠어

사랑이 뭔지는 전혀 모르겠어


가사 번역 텍스트는 책 '조니 미첼 삶을 노래하다'의 추천글(by 팝 칼럼니스트 성문영) 중에서


조니 미첼의 노래 'Both Sides Now'의 가사 일부이다. 스물네 살에 이 가사를 썼다고 하는데, 사랑이 그저 설레고 행복한 순간으로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때론 그것과 전혀 다른 감정의 순간으로도 가득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그녀가 어떤 사랑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또 궁금해졌다. 우리는 언제부터 그녀처럼 사랑의 양면을 보기 시작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저 사랑의 환희에만 집중하다 그 이면의 그림자에 당황하고 좌절하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그 순간을 경험하게 되면 왠지 사랑에 뒷걸음질 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며, 사랑이 주는 상처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부추기지만, 사랑에 대해 품는 가치와 기대가 큰 만큼 이 영화들을 보며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 정말 이런 건가요?"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The Last Five Years, 2014


감독 리처드 르그래브니즈 Richard LaGravenese

각본 리처드 르그래브니즈 Richard LaGravenese

출연 안나 켄드릭 Anna Kendrick, 제러미 조던 Jeremy Jordan

뉴욕에 살고 있는 23살의 제이미 월러스틴. 그는 유대인이라는 경계를 넘어 새 여자 친구 캐시를 사귀게 되고, 어린 나이에 랜덤하우스에서 책까지 내게 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한다. 제이미는 일과 사랑, 두 가지를 다 가진 완벽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배우 지망생인 캐시는 제이미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곧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제이미는 유명 작가가 되어 바쁘게 살아가지만, 캐시는 여전히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만다. 제이미의 출판 파티에 같이 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꿈을 이루기 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뮤지컬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주인공의 시간을 반대로 보여준다. 5년 후, 제이미와의 결혼을 정리하며 노래하는 캐시의 시간은 제이미를 처음 만났던 때로 회귀하고, 5년 전, 처음 캐시를 만났던 기쁨과 흥분을 노래하는 제이미의 시간은 5년 뒤를 향하여 나아간다. 그렇게 꿈을 살아가고 있는 잘 나가는 작가 제이미와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꿈을 살고자 애쓰는 캐시의 시간이 교차한다. 사랑했기에 함께했고, 함께했기에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 간다. 굳이 찾으려고 한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온전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다음에는 꼭 깨닫기를.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감독 데렉 시안프랜스 Derek Cianfrance

각본 데렉 시안프랜스 Derek Cianfrance, 조이 커티스 Joey Curtis, 카미 델라빈 Cami Delavigne

출연 라이언 고슬링 Ryan Gosling, 미셸 윌리엄스 Michelle Williams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딘은, 요양원에 입소하는 노인의 이사를 도와주다가 신디를 처음 보게 된다.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자신의 명함에 회사 연락처를 적어주며 꼭 연락하라고 한다. 신디는 의사를 꿈꾸는 대학생으로, 남자 친구 바비와 사귀고 있지만, 그가 관계 중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를 멀리하고 있다. 딘은 신디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그녀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없고, 우연히 요양원에 입소했던 노인의 목걸이를 발견한 뒤, 그걸 노인에게 전해주러 요양원에 갔다가 버스에서 신디를 만난다. 딘은 신디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날부터 두 사람은 그렇게 가까워진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딘과 의사를 꿈꾸며 공부를 하고 있는 신디,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과거. 아침엔 술에 절어 있고, 가끔 페인트칠을 하며 돈을 버는 딘과 딸아이 프랭키를 낳고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신디, 두 사람의 사랑이 증발되어버린 현재. 신디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그마저 감싸주고 안아주었던 딘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딘의 사랑에 감동하고 감사했던 신디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그들의 결혼서약은 그냥 말뿐이었던 걸까? 그렇게 그들의 시간은 흘렀고,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둘의 사랑도 흘러가 버린다. 사랑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랑, 정말 이런 건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클로저 Closer, 2004


감독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

각본 패트릭 마버 Patrick Marber

출연 주드 로 Jude Law, 나탈리 포트먼 Natalie Portman, 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 클라이브 오웬 Clive Owen

뉴욕에서 막 런던에 도착한 앨리스는 도로 방향에 익숙지 않아 횡당보도에서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던 댄은 쓰러진 그녀에게 달려간다. 신문사 부고 담당 기자인 댄과 뉴욕의 스트립 댄서였던 앨리스는 그렇게 처음 만나 연인이 된다. 얼마 후, 댄은 앨리스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책 출간을 앞두고 책에 실릴 사진을 찍는다. 사진작가인 안 나와 댄은 그렇게 처음 만나고, 촬영 도중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들은 키스를 나누는 순간까지 이른다. 그러나 앨리스와 함께 살고 있냐는 안나의 물음에 댄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들의 순간은 금세 끝나고 만다. 곧 앨리스가 스튜디오에 도착하고, 화장실에 간다던 그녀는 댄과 안나의 대화를 엿듣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앨리스는 댄에게 묻지 않고 둘은 관계를 유지해 간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댄은 안나인 척 온라인 채팅방에 들어가, 의사인 래리와 자극적인 대화를 주고받고, 내일 수족관에서 만나자고 한다. 다음날, 수족관에 간 래리는 혼자 앉아있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머뭇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안나인지 묻는다. 여자는 맞다고 대답하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댄이 자신 인척 하며 래리를 속였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연인이 된다. 그리고 4개월 후, 네 사람은 안나의 사진 전 '낯선 사람들'에서 처음으로 조우한다.


앨리스, 댄, 안나, 래리는 마치 세상에 단 네 사람만 존재한다고 믿는 것처럼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랑과 증오와 미움과 질투와 갈망을 주고받는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감정 사이의 묘한 느낌, 사랑한다와 미워한다, 좋아한다와 사랑한다, 증오한다와 미워한다, 그 중간 어디쯤 되는 듯한 미묘한 감정들이 네 사람 사이를 오간다. 사랑한다면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주고 나서 다시 사랑을 찾고, 뒤돌아서고 나서 다시 돌아가고, 진실을 요구하며 괴로워하고. 본능적이면서도 찌질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밑바닥의 감정들까지 모두가 뒤섞여 있다. 상대를 '알기' 보다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시큰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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