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ppy Eponine Aug 10. 2022

나만의 작고 소중한
에든버러 이야기 Ep.01

좋아하면 알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 어떤 음악을 즐겨 들을까? 어떨 때 기분이 좋을까? 좋아하는 영화는 뭘까? 이러한 질문들뿐 아니라, 점심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하는 사소한 것들까지도 궁금해진다. 온갖 호기심의 촉이 그 사람을 향하는 것이다. 


에든버러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그곳에 꽂히고 나니 머릿속은 온통 그곳 생각뿐이었다. 에든버러를 향한 끝없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이것저것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쉬운 방법인 인터넷 검색부터. 이미 도시의 지도는 머릿속에 들어 있었으므로 여행 후기들을 읽어보며 꼭 가야 할 곳들을 적어두었다. 칼튼 힐(Calton Hill), 에든버러 성(Edinburgh Castle), 홀리루드 궁전(Palace of Holyroodhouse), 아서스 싯(Arthur's Seat), 로열 마일(Royal Mile)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여러 여행 후기를 읽어보니 에든버러 여행 기간을 하루나 이틀 정도로 잡는 듯했다. 도시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보통은 영국 여행을 하며 하루 이틀 정도 들렀다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관심과 목표는 오로지 에든버러였다. 리스트에 오른 명소들을 구경만 하고 오는 게 아니라, 에든버러 길 위의 나, 에든버러에 속해 있는 나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에든버러에 일주일을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며 항공권을 결제했다. 


출국 날짜가 정해지고, 그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이제 책과 영화들을 뒤지며 출국을 기다렸다. 안타깝게도 에든버러 관련 책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영국 여행책 한 구석의 짧은 챕터 정도였고, 스코틀랜드와 관련된 책마저도 찾기 쉽지 않았다. 책보다는 영화를 찾아보는 게 훨씬 현실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에든버러나 스코틀랜드와 관련된 영화를 검색해 보았다. 이 역시도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가지를 구할 수 있었다.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1996

드라이빙 레슨 Driving Lessons, 2006

할람 포 Hallam Foe, 2007

원 데이 One Day, 2011


영화 할람 포(Hallam Foe)의 배경은 에든버러다. 여주인공 케이트의 집은 Cockburn 스트리트에 있다. 


잉글랜드에 대항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윌리엄 월레스(William Wallace)를 주인공으로 한 멜 깁슨 감독의 영화 '브레이브하트', 에든버러에 살고 있는 약물 중독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 루퍼트 그린트와 줄리 월터스가 에든버러로 향하는 '드라이빙 레슨', 집을 떠난 제이미 벨이 에든버러에서 엄마를 닮은 여자를 만나는 '할람 포', 에든버러 대학 졸업식 날로부터 시작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인 '원 데이'. 살아있는 에든버러가 궁금해서 찾아본 영화들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매력을 느낀 건 다름 아닌 스코틀랜드 억양이었다. 무언가 거칠고 투박한데, 거기에서 오는 리듬감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에든버러에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이 억양을 들을 수 있는 걸까? 설레는 포인트를 하나 더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에든버러와 나는 한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작고 소중한 에든버러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