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쓸 용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 루틴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새벽 4시쯤 일어나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정오까지 소설 쓰기 작업을 한다. 그리고 점심 후 오후는 달리기나 수영 등 운동과 집안일, 에세이 같은 라이트 한 글쓰기를 한다. 그리고 저녁 9시에 취침. 그는 이런 루틴을 30년간 해왔다고 한다.
블로그를 보다 보면 하루키의 루틴을 따라 한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의 루틴을 표본 삼아 '성실함'을 근간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겠다 다짐하는 사람도 있고 순수하게 그의 '글쓰기' 루틴을 답안 삼는 경우도 있다. 그처럼 새벽부터 일어나 매일 글쓰기를 하거나 아니면 시간대는 다르지만 하루에 3분의 1을 글쓰기에 매진하거나 하는.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겠다 결심한 후부터 프로 작가가 아니면서 꾸준히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우선 게재되는 글은 내가 멋대로 휘갈겨 놓을 수 있는 일기와는 다르다. 탈오자를 검사하고 우문이 있는지 몇 번이나 퇴고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 소재를 계속 찾아야 한다. 그야말로 '창의적인 발견'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들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지난하기도 하다. 오죽하면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김훈 작가가 이를 두고 '밥벌이의 괴로움'이라고 했겠나.
김영옥 배우는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돈이 배우 생활의 원동력'이라 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재밌어도 왠지 힘은 덜 나는 듯하다고. 그런 점에서 인세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로 혼자만의 외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는 모든 작가들은 경의롭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아도 아무도 '라이킷' 하지 않아도 아무도 '구독' 하지 않아도 자신의 세계를 성실히 글로 옮겨 적는 일은 고요하고 부단하다. 같은 맥락으로 응원 받지 못해도, 라이킷 수가 낮고 아무런 구독자가 없는 어느 브런치를 기여이 발견해 읽어 내는 독자 또한 다정하고 고맙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계속 쓸 용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