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수학 학원에서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책에 점점 빠져들 무렵 한 커플이 들어왔다.
처음엔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음악 소리가 묻힐 정도로 남자의 격양된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눈을 들어 살피게 되었다. 남자는 팔짱을 낀 채로 혹은 빠른 템포로 팔을 휘젓고 있었고, 여자는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로 혹은 턱에 팔을 고인 채로 있다. 남의 얘기를 쫑긋거리며 듣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거친 남자의 목소리는 집요하게 나의 집중을 방해한다.
“니는… 어! 왜 그래? … 생각해 봐! …정말… 계속…몇 번이나! 내 마음이….”
여자는 꼭 훈계받는 아이 모습 같다. 간간이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만으로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중간중간에 들리는 “공감”, “이해’란 단어가 남자의 상기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 가끔 혼자서 실소까지 터트린다.
저 남자는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문득 한 생각이 스친다. 공감과 이해는 상대방이 납득할 정도로 설명해야 얻을 수있는 걸까?
“너 나한테 만족하냐?”
쪼잔해보이던 저 남자가 이젠 짠해 보인다.
2시간이 넘도록 남자의 설득인지 항의인지 모를 얘기에 머리가 아플 쯤, 아이 수업이 마쳐미리 예약 주문한 닭강정을 찾으러 나왔다. 혹시나 했지만닭강정은 포장되어 있지 않았고 주인아주머니는 다급한 표정으로 서두른다.
"어머~ 어쩌지! 2분만 기다려 주세요."
"사장님~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예약 시간을 아주 살짝 넘겼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계산하는 사장님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고객이 식은 닭강정 먹을까 봐 일부러 시간 딱 맞추려고 하신 거죠? 사장님~ 덕분에 따뜻하게 잘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