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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청개구리, 희망에 부풀다.

희망이 클 수록 그 반동 또한 큰 법.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회사,

나를 제일 처음 반겨준건 크고 넓은

주차장이였다.


크고 넓은 회사 주차장을 보는 순간


'아~ 역시 지방이 넓고 좋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회사에 출퇴근 하면서

차를 가지고 다닌 다는건,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고정적인 주차자리가 할당되는

임원급들을 제외하고는

매일 같이 주차할 자리를 찾는데

꽤나 많은 공수를 들여야 한다.


거기다 비나 눈이라도 오면,

정말로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것이 빠른 경우도 있다.


나 역시도 5km 거리를 이동하는데

한시간이 걸린적이 있어,

당시에는 정말 차를 버리고 걸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천안의 이 회사는,

1층에 매우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어,

그런 걱정들을 할 필요가 없었고,

그냥 주차장을 보았을 뿐인데,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채,

면접이 시작되었다.


번역 시험, 토론 면접 등 다양한 형태의

시험을 거치고 나서 면접관들을 마주했다.


일반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와중에,

예상했던 질문이 등장했다.


'지금 서울에 살고 계신데, 통근은 어떻게?'


당연히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질문이였기에,

거침없이 답변을 시작했다.


'합격하게 된다면 천안으로 내려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어느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할지에 대해서도

꽤나 구체적으로 대답했다.


나는 혼자 김칫국을 사발째 마시는 것을

매우 즐겨하기에,


서류 합격 연락을 받고,

면접이 확정되었을 때 부터,


그 근처지역의 아파트 단지에 대한

대략적인 전/월세 가격에 대해

알아봤었다.


면접관들에게 이 부분이 어필이 되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종면접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차안에서,

헤드헌터로부터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조만간 오퍼 레터를 발송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블라인드의 리뷰글을,

특히 연봉 관련 내용들을 탐독했다.


블라인드 리뷰는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이였고,

리뷰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현재의 연봉에서 꽤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었다.


서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연봉까지 높아진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고,

너무 좋아서 약간 떨리기도 했다.


하루빨리 오퍼레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인터넷에서 회사정보를 계속 찾아보던 중,

기다리던 오퍼레터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연봉이 너무 높으면 어떻게 하지?'


같은 말도 안되지만,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상상을 하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파일을 여는 순간,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앞자리 숫자가 잘못 기재된 줄 알았다.


'아니.. 내가 리뷰에서 본 거랑 너무 다르잖아..'


그리고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 애초에 기준이 달랐구나'


처음부터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몇몇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서울보다 임금 수준이 낮기에,


그 지역 기준으로 연봉이 높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으로 연봉이 높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리뷰를 쓰는 현직자들은

대부분 그 지역에 거주중이기에,

당연히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오퍼레터에 적혀 있는 금액은,

현재의 나의 연봉보다도

10% 가량 적은 금액이였고,


당시 시점이 연말 이였기에,

한달후에 새롭게 갱신될 연봉과 비교하면,

약 15%정도 적은 금액이였다.


기대가 클 수록 실망도 큰 법,

그때부터 엄청난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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