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만족할 수는 없는 법
아무리 그래도 연봉이 낮아지는 건,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기에
우선 현재의 연봉을 정리하고,
증빙자료들을 취합했다.
헤드헌터에게 취합한 자료들을 보내며,
최소한 이정도는 맞춰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큰 기대는 안했지만,
'헤드헌터니까 이정도 협상은 해주겠지'
라는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결국 메일에 기입된 연락처를 통해서
인사팀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전달드린 메일은 보셨냐고 물어 본 후,
연봉 조정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전형적인
'제가 조정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뿐이였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그 윗사람, 그 윗사람에 연결 요청을 하여,
인사팀 팀장님까지 연락이 닿게 되었다.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이직할때 최소 10%는 올려간다'
'천단위로 뛰는거 아니면 하지 마라' 등
이직이란 당연히 몸값을 올리며 하는 것이지,
낮춰가면서 하는 것이 아니였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연봉을 낮춘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에 더불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나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작년도 고과평가도 A를 받았고,
매년 회사 포상은 하나씩 받았으며,
올해에는 회사에서 포상하는 상중에서
가장 큰 포상도 받았었다.
해당 상을 받은 후에 주변에서
'앞으로 회사생활은 문제없겠어'
라고 칭찬해주셨기에
상당히 기분이 좋았었던 기억도 난다.
또한 회사 자체도,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이며,
상장도 되어있고,
이 분야에서 국내 1위를 달리는 기업이였으며,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름을 들으면 그래도
누구나 다 아는 회사였다.
또한 윗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서,
핵심이 되는 팀장님들과는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었고,
승진이 막히거나 할 걱정은 전혀 없는,
나름대로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다.
반면에 이직하는 회사는,
매출 규모도 몇천억 수준이고,
솔직히 아예 모르던 회사였다.
한가지 더 나은점이 있다면,
속한 산업군이 좀 더 유망하다는 점?
이때부터 엄청난 고민을 한 것 같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심지어 연봉까지 낮춰 가면서
이직을 하는 것이 맞는지
물론 당장 계약서에 보이는 것 외적으로
어필이 될 만한 부분은 있었다.
성과금이라던지, 복지포인트 등의
계약서에 표시되지 않은 부분에서는
상당한 강점이 있어 보였고,
해당 부분들이 모두 합산된다면,
지금과 비슷하거나,
혹은 조금 더 높아지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그 회사에서 받아본 적이 없기에
인사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베팅을 하였고,
이번에는 내가 소속될 부서의 부서장까지
이야기가 전달되었다.
그 결과,
또 다시 동일한 답변을 받았다.
연봉협상을 하면서
거의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슬슬 결정해야 할 때가 찾아왔다.
많은 고민의 결과,
부정적인 부분을 보기보다는,
서울을 벗어난다는 최초의 목표,
그리고 인센티브, 복지 포인트등의 메리트 등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이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정말 김칫국 마시는게 특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당시 최종 합격 통보를 크리스마스
이브날 받았는데,
그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당일,
바로 와이프와 천안에 내려가서
사전에 봐둔 집들을 둘러 보고 왔다.
그 추운날 추위에 덜덜 떨면서,
서울에서 천안까지 내려가서
아파트 단지들을 둘러보고 다니면서,
'여기에 살면 어떨까~'
'여기 백화점도 있네!'
'밥 먹으러 여기로 오면 되겠다'
등등의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 이직할지 말지 결정도 안 된 상태에서,
심지어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우선 내려가서 집 구경을 한게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했던 것 같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개인적인 결심은 모두 끝났지만,
아직 면담이라는 큰 산이 하나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