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이 유난히 맑았던 9월 초, 딸의 초대로 허드슨강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기고 왔습니다.
오랫동안 뉴욕에 살면서도 허드슨강은 차를 타고 지나치기만 하는 곳이었어요. 가끔 인근에서 대형 전시회가 열리거나,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들리는 정도였는데요. 강뿐만 아니라 녹지 공원이 함께 있어 다양하게 자연을 즐기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곳이었습니다.
“뉴요커들이 도시의 자연 야생,서식지와 가까워지도록 이 부두를 설계하였습니다.”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 CEO 매들린 윌스-
허드슨 리버파크(Hudson River Park)
허드슨강을 따라 11마일(17.7km)에 걸쳐 있는데요. 자연경관과 맨해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산책로, 자전거도로, 운동시설과 녹지공간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주민들과 관광객에게 사랑받은 공원입니다.
허드슨강(Hudson River)은 미국 뉴욕주 동부를 흐르는 길이 507km의 강입니다. 최초로 이 강을 탐험한 영국인 헨리 허드슨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요. 뉴욕주 북부의 애디론댁 산맥의 호수에서 시작해서 뉴욕 동부를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반 교통로로 이용되어 물류 이동을 위한 부두(Pier)가 많이 있고, 뉴욕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유서 깊은 강이지요.
허드슨강이 대중들에게 좀 더 알려진 것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영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2009년 1월 15일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요. 인근의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하던 에어버스기가 갑자기 날아든 거위 떼의 충돌로 인해 엔진 2개가 멈춰버립니다.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추락하던 비행기를 기장이 침착하게 허드슨강에 착수시킴으로 150명의 승객 전원을 안전하게 구출한다는 내용인데요. 기적을 이뤄낸 설렌버거 기장은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그 이후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2016,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톰 행크스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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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리버파크에는 강변을 따라 달리고 걷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깨끗하고 널찍한 산책길이 강가를 따라 쭈욱 펼쳐져 있습니다. 여름 끝자락, 가을 시작 이어서였을까요? 강바람은 산책하기 좋게 적당히 산들거렸고, 금빛 물결이 반짝였습니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기하는 등 저마다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강 맞은편에는 조경 건축업체인 올린(OLIN) 이 설계한 다양한 관목, 나무, 그리고 넓고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는데요. 초록 잔디 위에서는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헬기가 가끔 날아다니는 것도 볼 수 있는데, 관광용 헬기라서 누구 든 돈을 지불하면 탈 수 있게끔 되어있다고 해요.
센트럴파크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나무와 숲도 다양하고 싱그럽게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아파트들은 뉴욕에서 가장 비싼 고급 아파트들이라고 하는데요. 집안에서 허드슨강과 맨해튼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초고가의 집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잘 조화되어 호화스럽지도, 요란하지도 않아 인상 깊었습니다.
마침내 딸이 초대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는데요. 점심시간 전이어선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웨이트리스가 "너를 위한 꽃"이라며 주는 꽃을 받고, 아름다운 허드슨강과 맨해튼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멀리 있는 경치가 한눈에 쏙 들어와 손을 펼치면 잡힐 것만 같았습니다. 뷰가 좋으니 맛은 별로겠지! 란 선입견을 깨고, 랍스터 샌드위치와 흔하디흔한 감자튀김도 특별히 맛있어서 싹싹 비웠습니다.
허드슨 리버파크는....
1998년에 허드슨 강변 공원법(Hudson River Park Act) 이 제정되고, 그 이후 지속적인 확장과 개발이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이 됐는데요. 다른 뉴욕시의 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시민단체인 HRPK Friend(Hudson River Park Friends) 에서 자원봉사 활동 및 기부금을 받는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제가 방문했을 때도 모든 곳이 완벽하리만큼 깨끗했어요.
평범한 듯, 아닌 듯, 예술인 듯, 아닌 듯.... 자연과 공원, 여기에 맨해튼이란 거대도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마치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한 번 더 다녀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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