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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Jun 06. 2019

그냥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2018. 8.29.

마지막 장면, 린(유리)의 눈을 마주쳤을 때 정제되지 않은 질문들이 마구 떠올랐다.

혈육으로 이어졌지만 사랑은 없는 가족의 정당성과
사랑은 있지만 이해관계로 엮어진 어느 가족의 정당성,
그 둘 중에 어느 손을 들어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일었다.

부모가 자식을 개패듯 패고, 자식이 부모를 향해 삿대질 하고,
어느 부모는 자식을 돌보지 않고, 어느 자식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사회적 울타리는 필요 없어, 너 혼자 살아도 돼. 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럼 이런 모습의 가족은 어때? 라고 말한다.
사회적 규범의 전체를 깨는게 아니라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려는 대화이다.

어느 날 나의 이야기이다.
"그냥 나 혼자 살게 놔둬."
잔소리의 끝에 다다를 즈음, 이제는 독립해 어느 정도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된 딸의 자존심이였다.
"네가 지금까지 혼자 살았니? 혼자 다 해서 컸어?"
'그건 아니지.'
빠르게 내가 자라온 순간들을 역으로 스캔해봐도 난 혼자 큰게 아니였다. 미안한 마음에 속마음을 삼켰다.
그러고 보면 나는 홀로서기까지 가족이 필요했고, 지금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영화 속의 쥬리처럼 남고 싶은 가족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키의 발이 찬 것만으로 기분이 안 좋은 것을 눈치 채던 할머니는 아키의 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있었고,
아빠라고 불리기 원했지만 물건을 훔치다 잡힌 쇼타를 두고 도망을 간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채워졌지만, 채울 수 없는 관계이기도 했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는 정답을 내리지 못해 한동안 그들의 눈망울을 떠올렸다.

진심으로 갈구하던 가족의 울타리를, 진심으로 감사하던 순간들을. 하지만 그만 안녕을 고할 수도 있었던 관계들을.

                    
                
            
        
    

    

                                                    

    

                                                    

    

                                                                                    #어느가족 #영화 #리뷰 #수요일의글쓰기 #글쓰기 #비오는광화문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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