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터면 죽을 뻔 했다.

제주도 고사리 장마 안개로 한 바터면 죽을 뻔 했다.

by 해피걸

2023년 3월23일.

오늘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 고사리 장마는 아침 6시가 되자 멈추었다.

작년에는 3월말부터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일주일이나 빠르게 시작되었다.

매일 건조주의보 안내문가 오고 있는데, 짧지만, 오늘 새벽에 내린 비로 인하여 곶자왈의 모든 식물들의 갈증은 조금 해소되었다.

그리고 굵은 고사리들이 새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꿈틀거리며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동물과 식물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고사리 장마는 사람들에게는 간혹 위협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고사리 장마가 시작되는 4월이 되면, 매번 생각나는 일이 있다.

시간을 거슬려 2013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날도 대학원 수업은 열띤 토론으로 11시가 다 되어 끝났다.

공도 다른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2개나 취득하신 여자교수님과 선생님들과의 열띤 토론수업은 도저히 일찍 끝나지 않았다. 원래 늦게 한 공부에 맛이 들리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열띤 토론 속에서 나의 머릿속에는 “집에는 어떻게 가지?”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대학원 공부를 함께 하시는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제주시에 살고 계셨다. 대학원에서 얻어야 20분내 외에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셨다. 나와 딱 1명만 제외하고…….

사실 10시에 나올 수 있었다. 왜? 수업이 10시에 끝나니까. 그런데,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ㅠㅠ.

그날도 11시가 되어 수업이 끝났고, 나는 천천히 한라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틀정도 계속된 고사리 장마로 인하여 평소보다 안개는 두터운 솜이불처럼 단단함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안개는 손으로 쓱 밀면서 안개를 헤치고 나오면 되었는데, 그날은 두 팔을 힘차게 앞으로 휙휙 휘둘러야만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한라산을 내려와서 평화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개가 조금 옅어졌다.

그러나 제주경마장근처부터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이곳부터는 안개가 시작되는 지점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날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치 이스라엘에 살고 있을 때, 위험해 처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의 무서움이라고나 할까?


혹시라도 앞에 가는 다른 차량이 있나 보았지만, 전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간에 누가 평화로를 다니냐고ㅠㅠ.

앞에 가는 차량도 없고, 뒤에 따라오는 차량도 없고, 나만 혼자 평화로를 달리고 있었다.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차량 와이퍼를 움직여서 시야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그리 효과는 없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두 손으로 핸들을 쥔 채 전방을 주시하며 안개등은 물론이고(한국에서는 안개등을 잘 키지 않는다???왜 그러지???너무 빨리 운전면허증을 땄나???)

비상깜빡이까지 아주 난리부르스 상태로 천천히 달렸다.


그렇게 무섭고, 두려웠다면,

왜? 도로 옆에 있는 비상정지지역에 멈추지 않았느냐고?

제주도는 관광도시이다. 지금은 부동산 개발로 인하여 인구 67만 명이 살고 있는 생활중심형(내 마음대로 붙인 이름)섬이지만, 2012년 당시만 해도 유명체인음식점이 아직은 없었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춘 섬이었다. 지금은 중산간 아름다운 지역은 회색빛건축물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관광도시답게 평화로 양쪽으로는 아름다운 꽃밭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마치 파라다이스에 온 듯한 환상적인 느낌들을 기억하는지? 1990년 초반, 내가 제주도에 친구와 여행 왔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내가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았던 2011년에도 그런 느낌은 여전히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2016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그런 느낌을 사라졌다.

오직 남아 있는 것은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오름 그리고 바다밖에는 남아 있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 2년 동안 평화로의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화단을 없애고 비상정지지점이 설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개가 많이 끼는 3월부터 5월까지는 여전히 대낮에 화단에 부딪쳐 널브려져 있는 초보관광객운전자들을 볼 수 있다.


고사리 장마기간의 평화로의 안개길 특징으로는 평범했던 도로의 상황이 한순간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는 안개길로 변한다는 점이다.

마치 멀쩡하게 평화로를 주행하고 있는데, 도로가 한순간 짙은 안개로 앞뒤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변해버린다. 이러한 황당함을 경험하게 되는 초보운전자들은 당연히 허둥대며 옆에 있는 화단을 들이 받는 경우가 있다.

마치 귀신에 홀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나도 아직은 귀신에 홀린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무튼 간에 황당한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날 밤은 그동안 경험했었던 안개길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좌우 전후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도로푯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왔다.

사실 심장이 약한 나는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는 많지만, 공포감은 적게 느낀다.

아무래도 테러와 폭탄이 터지던 이스라엘에서의 삶의 경험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나 할까?


1미터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량의 보닛을 통하여 보이는 도로 바닥을 읽는 것이었다.

도로바닥에 그려진 하얀색 도로주행선을 따라서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그렇게 1시간가량 운전을 했다.

시간은 벌써 12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도로표지판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어디 즈음에 와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느낌상 새별오름근처에 와 있음을 인지하였다.

보통 나의 경험상, 평화로 길에서 가장 안개가 짙게 끼는 지점은 바로 새별 오름 근처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최근에 중앙선에 안개경고점멸증이 마치 공항의 활주로처럼 설치되어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그 지점부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지점을 지나면 제주영어교육도시로 내려가는 갓길로 빠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갓길이 어느것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어렴풋이 그곳까지 가는 동안 몇 개의 갓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정확하게 몇 개를 지나가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처음 만나는 갓길은 지나쳤다. 이 갓길이 진입하는 도로가 넓다. 그리고 이 도로는 제주이시돌목장쪽으로 빠지는 길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로서 나는 두 번째 갓길로 빠져 나왔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왜? 내려가는 것 같지 않고, 올라가는 것 같지?

그렇게 가다가 나는 일단 멈추기로 결정했다.

그냥 더 이상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나와서 차를 빙 둘러 보았다.

그곳은 바로 케슬렉스골프장 근처였다.

아뿔사! 잘못 진입했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틀어서 올라가면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이었고,

그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틀어서 내려오면 다시 평화로를 가는 길이었다.

나는 딱 그 중간에 멈추어 서 있었다.

만일, 내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쭉 앞으로 1미터정도만 갔다면, 높은 낭떨어지에서 바닥으로 곧부박칠 찰나에 딱 멈춘 것이었다.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밤에 짙은 안개속에서는 도저히 양쪽길을 볼 수 없었다.

(네이게이션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것을!!!나의 차에는 네이게이션을 장착하지 않았었음)

직접 차 밖을 나와서 걷기 전까지는 도저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죽을뻔 했구나!

아주 조금만 더 운전했었다면!

멈추지 않았다면!

그때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정신이 드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정신 줄을 부여잡고, 케슬렉스골프장입구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온 후, 제주영어교육도시로 향했다.

그때부터는 한결 쉬었다. 왜? 다음의 갓길은 분명히 동광육거리로 내려오는 길이고, 그러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날 밤 무사히 새벽2시가 다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그날 밤, 나는 인생에서 큰 것을 배웠다.

사람이 살다보면,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일수록,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그곳에 잠시 멈추어야함을 알게 되었다. 물론, 불도저처럼 달려가는 인간이 과연 멈추려면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할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잠시 인생이라는 자동차를 멈추고! 그곳을 나와서!두발로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혹시라도 다른 방법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설령 방법이 보이지 않아도, 죽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P.S.

요즘 인천미추홀구 전세사기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심지어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다.

한국이 그동안 경제발전은 이루었으니, 이제는 사회시스템(사기꾼으로 인하여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많은 권력자들이 법망을 피하는 등)이 조금은 발전될 수 있기를…….지속적으로 사회시스템이 허술해져 있다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게 될 것이다.

제발ㅠㅠ더 늦기 전에 개선되기를 소망해본다.

2023년 4월24일 올해 마지막 고사리 장마가 될지도 모르는 우중충한 월요일,

브런치에서 글쓰기 근육을 증진시키는 것이 어떠냐는 다정한(?)알람을 받고,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다^^.

아ㅠㅠ 글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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