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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이 필요할 때

자신감을 되찾아, 원하는 길을 향해

by 해피걸

타이틀: 사교육이 필요할 때

어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이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온라인으로 받았다. 다른 사립학교들은 이미 2~3번의 모의고사를 치렀다고 들었지만, 이곳은 이제야 처음 치른 상황이고, 아직도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어떡하지ㅠㅠ. 성적표는 이미 딸을 통해 저번 주에 들었지만, 막상 온라인으로 받아보니 충격이 더 컸다.


이대로라면 딸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딸도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성적이 너무 아쉬웠다. 제주국제학교에서 받았던 성적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남편은 딸이 IB 교육만 받아왔기 때문에 A레벨 시험에 대한 걱정을 중학교 때부터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영국으로 돌아올지 확실하지 않았고, IB 교육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제주국제학교에 남기로 했다. 무엇보다 딸이 학교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익숙한 교육 방식을 바꾸는 게 위험하다고 느꼈기에 굳이 다른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딸이 꼭 영국이 아니라 한국이나 미국 유학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A레벨 준비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IB 교육과 A레벨은 공부 방식과 채점 방식이 다르다. 딸은 암기보다는 이해 중심의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시험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이제 시험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모의고사 성적이라면 원하는 대학은 물론, 그보다 낮은 대학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문제의 원인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언어 과목은 원래 책을 좋아하니 걱정 없지만, 수학이 문제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공부량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남편이 구문수학을 못하게 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도 물리를 좋아해서 그나마 성적이 잘 나왔지만, 수학에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다. 자신감이 있으면 지치지 않고, 과목에 대한 애정과 끈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부모들은 수학 사교육을 엄청 신경 쓴다. 4살부터 구문수학을 시작하는 게 흔한 일이다. 한국 부모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특히 인도, 동유럽, 아시아계 부모들은 사교육에 열성적이다. 한국, 국제학교, 제주, 영국학교를 다닌 학생들을 봐도 똑같았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확실히 사교육의 유무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꼈다.


우리 집은 남편의 강한 의지 때문에 사교육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원래 머리가 좋아서 사교육 없이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석사까지 한 번에 끝냈다. 그는 자신이 그랬으니 딸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이 공부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자기주도 학습을 해도 약한 과목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과목은 현명한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원보다는 1:1 수업으로, 'How'가 아닌 'Why'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래야 헤매는 부분을 바로잡아주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초등학교 때 국어(영어)와 수학 기초를 잡아주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자기 주도를 기반으로 약간의 보충 사교육을 해주는 게 이상적이라고 느꼈다. 고등학교 1학년쯤 다시 한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단기 사교육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중학교 때는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문과를 선택하지만, 중3이 되면 현실적인 이유로 이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요즘 AI 발전 속도를 보면 한국이든 영국이든 의사, 약사, 엔지니어 같은 이과 직업으로 몰리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강남에서 입시 전문 강사로 일했던 지인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내 생각이 맞는 건지 확인해보고 싶다.


3월이 끝나가면서 봄이 찾아왔다. 꽃망울이 터지고 햇살이 따스해지는데, 고3 엄마의 마음은 더 차가워진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너도 한번 겪어봐, 진짜 미쳐버릴 거야"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결국, 직접 겪어봐야 진짜 마음을 알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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