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싱가포르까지, 독립적인 유학의 도전

4년간의 교육을 바탕으로, 혼자서 떠난 새로운 시작.

by 해피걸

타이틀: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싱가포르까지, 독립적인 유학의 도전

부제:4년간의 교육을 바탕으로, 혼자서 떠난 새로운 시작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5월 영국은 초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4월 중순부터는 난방이 필요 없었는데, 올해는 5월 초순부터 갑작스럽게 기온이 낮아져 일주일 내내 추운 날씨가 지속되었다.


이상하게도, 영국의 여름에는 가끔 고온의 날들이 찾아오곤 한다. 영국인들에게는 덥게 느껴지지만, 나에게는 제주도의 봄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던 그런 날들이 약 4일 정도 찾아왔다. 그때는 정말 행복했다. 공원에 나가 일광욕도 즐겼다.


하지만 그 뒤로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고, 아침과 저녁에는 난방을 2시간씩 켜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추위가 지나고, 오늘부터는 파란 하늘과 햇살이 다시 나타나며 얼어붙었던 대지가 서서히 예열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3~4일 동안은 체감 온도가 약 15도 정도일 텐데, 그 대신 파란 하늘과 햇살이 하루 종일 지속될 것이다.


며칠 전, 5월 5일 어린이날에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3개의 직업을 가진 지인은 쉬는 날이 없으시다. 그나마 어린이날인 5월 5일에는 하루 휴식이 가능하다며, 그날 통화하자고 하셨다. 덕분에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지인의 딸은 제주국제학교에서 4년 동안 공부한 후, 지금은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인은 직업을 3개나 가지고 계셔서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바쁘다. 자녀가 원하는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물론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학비와 생활비에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겠지만, 지인처럼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5년 전, NLCS에 자녀를 보내던 한 지인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두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를 포함해 아무리 절약해도 1년에 1억 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물었고, 그분은 이렇게 답했다.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스스로 앞가림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돈은 잃을 수 있어도, 머릿속에 들어간 지식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지원할 거예요. 사실 저도 부모님께 그런 지원을 받았어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학부모들 가운데는 자녀 교육에 큰 부담 없이 생활하는 분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여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등록금 납부 시기가 다가올수록 부담감과 압박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외부에서는 풍요롭게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고민과 현실적인 무게를 감당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지인도 다음 주까지 자녀의 학비와 기숙사비를 납부해야 한다고 하시며 한숨을 쉬었다. 금액을 여쭤보니 예상보다 훨씬 큰돈이었고, 특히 학비보다 기숙사비가 더 부담스럽다고 솔직히 말씀하셨다.


나는 지인에게 조심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자녀가 어느 정도 독립적인 성향을 가졌다면, 혼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실제로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도 고학년이 되면 기숙사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부모가 집을 렌트하고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보다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면적이 좁고, 임대료가 매우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던 학생들과 부모들이 잠시 제주로 돌아왔을 때, 그곳의 높은 생활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인의 자녀는 공부에 대한 열정과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여서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도 고학년이 되면 기숙사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부모가 직접 집을 렌트하고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보다는, 학생이 혼자 기숙사에 머물며 학비와 기숙사비를 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100년 된 영국의 사립학교는 IB 학교가 아니지만, 등록금이 22,000파운드, 한국 환율로 약 4,100만 원에 이른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싱가포르의 IB 교육을 제공하는 국제학교가 오히려 더 가성비가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곳에서는 중국어를 배워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에는 현지 학생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인도계, 중국계,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인도계 싱가포르인 남편과 결혼한 후배의 딸은 미국계 IB 국제학교에 다닌다. 후배는 그 학교에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다시 지인 이야기로 돌아가면, 지인의 딸은 올해 초 싱가포르로 유학을 떠났다. 제주국제학교에서 중학교 2학년을 마친 후, 중학교 3학년 과정으로 편입하여 입학했다. 제주에서도 학업 성취도가 높았던 아이였지만, 중국어는 처음 배우는 언어였기에 걱정이 많았다. 그 학교는 영어와 중국어를 병행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제주에서 이미 능숙하게 익혔지만, 중국어는 전혀 접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단 5개월 만에 중국어 과목에서 30점 만점 중 16점을 받았다. 처음에는 아쉽고 속상할 수도 있는 점수였겠지만, 나는 그 성과가 놀랍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한자도 배우지 않은 학생이 이룬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며 꾸준히 성장하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려 보일지 몰라도, 기본을 탄탄히 다진 후에는 누구보다 멀리 나아가는 아이들이 많다. 나는 그런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지인의 딸도 분명 그런 학생 중 하나라고 믿는다.


다행히도 지인의 딸은 중학교 2학년을 겨우 6개월 넘긴 시점에서 과감히 유학을 결심했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며, 이제 5월 말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와 엄마와 함께 재충전할 시간이다. 그동안 힘들었던 유학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그녀는 분명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인도 다시 힘을 내어 3개의 직업을 해내는 원동력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지인과 딸은 육지에서 제주국제학교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지인은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적응해야 했고, 딸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도전해야 했다. 이제 그 딸은 제주영어교육도시보다 더 큰 무대인 싱가포르로 떠나, 고등학교를 마친 후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마스터할 것이다. 이후엔 미국으로 가서 또 다른 도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자신과 세상을 넓혀가는 지인의 딸에게 무한한 응원과 기도를 보낸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고등학생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낼 때, 자녀의 성향과 자립 능력에 따라 부모가 함께 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지만, 스스로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성향이라면 오히려 더 성장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부모는 마치 ‘베이스캠프’처럼 언제든 자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정신적·신체적·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위치에 머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으면서 자녀를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형편이 조금 더 나았더라면 딸 혼자 이곳으로 오고, 나는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keyword
이전 26화교육이민, 선택의 갈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