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 vs 제주영어교육도시 비교
타이틀: 교육이민, 선택의 갈림길
부제: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 vs 제주영어교육도시 비교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감안하시고, 그냥 읽어 주세요.
이주민의 계단, 멈춰 선 사람들
요즘 영국에 살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단어는 ‘이동’이다. 사람이, 계층이, 기회가… 어디론가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곳의 중산층은 이미 오래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무너져 내렸다. 그 자리를 누가 채우고 있을까—바로 새로운 꿈을 품고 이곳에 온 이주민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부부 단위로 온다. 한 사람의 수고만으로는, 이 낯선 땅에서 계층을 오르기 어렵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다. 동남아에서 온 기술직 노동자들, 자영업에 뛰어든 동유럽 사람들, 최근에는 불가리아인들이 특히 눈에 띈다. 그들은 낮에는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고, 밤에는 택시를 운전하는 등 두 개의 직업을 병행하며 하루에 고작 4시간 정도만 자는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번 돈으로 집을 사고, 모기지를 갚고, 자녀 교육에 투자한다. 경제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그들과 그들의 자녀는 한 단계씩 더 높은 계단을 밟아가고 있다.
반면, 영국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이미 미국이나 호주로 떠났고, 남은 이들은 지금의 자리에 익숙해져 버렸다. 정부로부터 기초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고, 자녀들 역시 그런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에서는 부모가 대학을 나오지 않았을수록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때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취약계층 우대 점수가 이미 주어진다. 마치 읍면동에 거주하는 제주도 학생들이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혜택을 받는 것처럼. 그걸 직접 경험하고 있는 딸은 가끔 이렇게 투덜거린다. “엄마, 이게 공평한 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자본주의가 원래 그런 거지”라고 대답한다.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지만, 나는 어쩌다 보니 그 말을 또 해버린다.
영국인들이 기피해 오던 직업들—의사, 간호사, 비행기 정비사, 파일럿, 관제사 같은 기술직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이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의사들 중에는 인도계가 주류를 이루고, 간호 현장에는 필리핀계는 물론 최근에는 아프리카계 인력도 점차 늘고 있다. 그들은 영국인들이 꺼리는 이 직업들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일으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고 믿으며, 3교대의 고된 일정 속에서도 다음 세대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물론 이 생각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하며, 일반화된 시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현실에서 만나온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기에, 지금은 그냥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영국은 더 이상 영국인만의 나라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런던은 새로운 ‘이민의 골드러시’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주민들에게 이곳은 여전히 황금알을 품은 땅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꿈만이 아니라 자녀의 미래까지 함께 이주시키고 있다. 그 계단 위에 누가 설 것인지는, 국적이 아니라 ‘움직이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국경 너머의 교실,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라는 선택
제주 영어교육도시를 떠나기 전, 아이 교육 문제로 먼저 말레이시아로 떠났던 지인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두 아이, 그리고 남편과 함께 몇 년을 살았던 그녀는 그 시절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회상했다. 만일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바루로 가볼 계획이라고 하셨다.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는 싱가포르와 국경을 맞댄 인접 도시다. 내가 그곳이 어떤 곳이냐고 묻자, 그녀는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국제학교가 정말 많다고 했다. 미국식, 영국식, IB 교육과정까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고, 한국보다 생활비가 훨씬 저렴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 했다. 특히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들과 비교했을 때, 학비가 훨씬 합리적인 편이며, 학교별로 학비 차이도 있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내가 제주 영어교육도시와의 차이에 대해 묻자, 그녀는 그곳 국제학교에서 몇 년간 일하며 거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환경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제주도보다 식자재가 저렴하고,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조호르 바루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두 도시는 가까운 거리로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더운 날씨 덕분에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한국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업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능력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한국까지 비행기로 5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 본가에 급한 일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 말했다.
물론 그녀는 남편과 함께 가족 모두가 이동했기 때문에, 기러기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녀들이 학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학교 외의 활동에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큰 메리트였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 작은 섬, 제주를 떠나 누군가는 지금 국경을 넘고 있구나. 그 국경은 단순히 지리적인 경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결심이 만들어낸 새로운 경계선이라는 것임을.
사실, 조호르 바루라는 도시 이름은 나에게도 낯설지 않다. 2009년쯤, 영국에 살 때 처음 들었던 이름이 바로 그곳, 조호르 바루였다. 그 이름을 들려준 사람은 중국계 말레이시아 아주머니였다. 그 아주머니는 조호르 바루에 새로 지어진 고급 콘도 두 채를 분양받아, 한국인 가족에게 임대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현지에 있는 여동생이 콘도를 관리했고, 그녀는 해마다 한 번씩 말레이시아로 돌아가 휴가도 보내고, 딸에게 중국어를 잊지 않도록 교육적인 역할도 병행하고 있었다.
“왜 한국인은 그렇게 까다로워? 유난스럽다니까.” 그녀가 종종 내게 불평하곤 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은 말은 따로 있었다. 매일밤 장사가 끝나고 나면 받은 현금을 침대 밑에 마구 쓸어 넣었지. 그런데 말이야, 너무 바빠서 나는 돈을 셀 시간도 모자랄 정도였어."그 말을 들으며, '나도 그런 경험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녀는 영국의 전성기 시절(1999년), 남편과 함께 테이크아웃 중국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대부분은 (현재도 대부분이 현찰거래임) 결제는 현찰이었고, 그렇게 모은 자본으로 영국에서 신축 주택을 구입해 인테리어를 전부 바꾸고, 지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사람은 결국 돈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줄 아는 그녀는 삶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흙수저는 아니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있었고, 그 기반 위에 다시 부를 쌓아 자녀에게까지 이어주었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경로를 밟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가 세워질 무렵, 말레이시아 정부가 도시 건립에 필요한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중국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쳤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녀는 말레이시아 국민이었고, 가족들이 있어 분양과 관리가 용이했겠지만, 결국 그녀의 탁월한 부동산 투자 안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결단력, 기회를 알아보는 감각, 자본이라는 뒷받침—그 절묘한 조합이 그녀의 자녀들을 중상류층으로 끌어올렸다. 이 모든 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자본을 축적한 사람의 이야기다. 제주 영어교육도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들어선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었지만,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결국 어떤 삶은 국경을 넘고, 어떤 삶은 자본을 넘으며,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만들어간다.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와 제주영어교육도시의 비교
두 지역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조호르 바루는 저렴한 생활비와 학비, 다양한 국제학교 선택지, 그리고 싱가포르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매우 경쟁력 있는 옵션으로 여겨진다. 또한, 교육 환경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많은 중국계 투자자들의 유입과 함께 국제적인 교육 인프라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특히 교육비가 부담스러운 한국 학부모들에게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와 한국 문화와의 거리감, 그리고 중국어 중심의 환경에서 한국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반면, 제주영어교육도시는 고품질의 IB 교육과 탄탄한 교사진, 그리고 자녀와 함께 한국에서 거주하면서도 안정적인 정체성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와 문화 환경 속에서 자녀들이 자라날 수 있는 안정감은 중요한 요소이며, 가족생활의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학비와 생활비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으며, 일부 학교 입학 경쟁이 치열한 현실도 존재한다.
결국, 말레시아의 조호르 바루와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선택은 단순히 어느 지역이 더 좋은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두 지역은 각기 다른 교육적, 경제적 장점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선택은 가족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비용, 교육 환경, 정체성 유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이며, 어떤 선택이든 그 자체로 장단점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P.S.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후배 ○○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까. 그곳의 유명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후배의 딸도 이제 곧 중학교 2학년이 된다고 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나는 문득 그 가족이 떠오른다.
당부드리는 말씀: 이 글을 읽다 보면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조호르 바루의 장점보다 더 많이 다뤄진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 개인적인 직업적 경험보다는 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니, 이를 참고하시며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