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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다 정리하고, 강원도로 이사 갈까

여보! 우리 다 정리하고, 강원도로 이사  갈까?

● 날짜 :  2020.3.27(금)

● 날씨 : 따뜻한 날씨인데, 마음은 쌩~

● 제목 : 여보! 우리 다 정리하고, 강원도로 이사  갈까?


모처럼 미세 먼제 없던 봄. 창밖으로 보는 하늘은 강원도나 내가 있는 곳이나 비슷할 텐데...  왜 마음은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을까?


친인척 전혀~~ 없는, 아무 연고  없는 지방 소도시 이곳에서 맞벌이 부부로 자리 잡은  게 벌써 11년째다.

10년이면 이제 여기가 고향  같을 만도 한데,  아직도  여전히 낯설다.... 몇 해  전 앞이 뻥~ 뚫린 전망 좋은 이 집으로 이사할  때만 해도 내가 퇴직하는 60세까지 이  집에 살  거라고 했다. 여전히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도, 산도, 옹기종기한 마을들이  너무 좋다.


이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는데....


내 건강이 이래저래 안 좋아지면서,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보니, 아무 연고  없는 타지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버겁게 느껴진다.


며칠 전. 남편과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사실, 남편도 나도 서로 바쁘다  보니 마주  앉아서 대화할 시간도 정말 없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다~~ 정리해서 강원도  가서 살까?"


"그럴까? 근데 강원도 가서 뭐 해?"


"글쎄~~~ 그냥 다달이 생활비만 고정으로 조금 들어오면 강원도에서 애들 그냥 뛰어놀면서 자라게  하고 당신이랑 나랑 산이나 좀 다니고, 봄나물이나 뜯어서 해  먹고 그러고 싶어."


"당신 지금도 건강이 안  좋은데.. 체력도 안  되는 사람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게~~~ 그래도 그냥 하루하루 매일 쳇바퀴 돌듯 사는  게 이젠 좀 지치기도  하고, 강원도  가서 맑은 공기 마시면 건강도 좋아지지 않을까?"


"움~ 지금 많이 힘들어? 그럼 조금 남겨둔 육아휴직 다시 쓰는  건 어때?"


"지금 육아휴직 6개월 쓰면 승진이 1년도 더 밀릴  텐데.... 쭈니 낳고 육아휴직을 3년 넘게 써서  지금도 같이 시작한 동기들보다 이미 한참 뒤처졌는데..... 여기서 더 밀리면 암울해."


"다 정리해서 강원도 가자던 사람이 승진 생각은 왜 해?"


"하하~^^;;; 그러게...... 아~~ 난 용기가 없어! 용기가..."



난 정말 용기가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한번 뿐인 인생이니 멋지게 산다는 소신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홀연~~ 다른 인생을 사람을 종종 만난다. 고등학교 후배  중 좋은 학력과 뛰어난 외국어 실력으로 고액 과외를 하며 돈을 엄청~~~~ 잘 벌던 남자후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날 다 접고 강원도 철원으로 가서 농부가 되었다. 아이들 키우기도 강원도가 좋고, 자기가 직접 지은 농산물로 음식을 지어먹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는 그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 후배가 참~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인생에 전부가 아닌데...... 그저 앞만  보고 가다  보니 더 좋은 길도 모르고, 더 멋진 갈도 모르고 사는  건 아닌가 싶다.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찬사가 절로  난다.


강원도로 이사는 커녕.....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에서 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동동거리는 나는 아마...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하아~~~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안  만나도 좋으니.... 약 먹을 일만 더 이상 안  생겨도 좋겠다.


목디스크 파열로 3개월째 신경염증약을 먹고 있는 와중에 또다시 역류성 식도염이 재발해서 역류성 식도염약까지 얹어온  데다 가 오늘 또 다른 약이 하나 더  늘었다...ㅠ.ㅠ 약사 동생에게 전화해서 이걸 다 먹어도 되는지 물으니 괜찮긴  한데...


"언니~~ 정말 힘들겠다." 라기에..


"나 지금 하는  거 다 접고 강원도  가서 살고 싶다." 라고 말하니 동생 왈


"언니,  잘 참고, 버텨."


"회사 일이 힘들고 싫은  건 아니고 어디 매여서 동동거리는  게 힘들어서.... 강원도  가서 남편이랑 봄나물이나 캐며 살고 싶어. 매월 생활비만 딱딱 나오면.. "


"하하~ 언니 그럼 좋지. "


"움~~ 맨날 이러면서 실천에 못 옮기고 60까지 이러고 살 것 같아"


"다들 그렇지.. 뭐~"


다들 그런 건가? 다들 이런 건가?

40대 중반이 되면 나처럼 동동거리면서 약 한 다발씩 먹으면서 견뎌나가는 걸까????


아~~ 정말 강원도 가고 싶다. 맞벌이하며 워킹맘으로 동동거리며 살아가는 이들은 전부 다 어찌들 잘 버텨내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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