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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하던 보노보노 Jun 08. 2024

개냥이와 사는 행복

1인1묘가정에서 1인을 맡고 있습니다.

 2017년 출생 추정의 이 거묘와 함께 산 지도 어느새 4년차. 8kg에 육박하는 이 말랑따끈 인절미콩떡 같은 녀석 덕분에 코시국부터 지금까지 외로울 틈 없이 늘상 포근히 지내오고 있다.

 나에게는 '은인', '인연'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는데. 이 녀석에게도 여전히 내가 그런 존재이기에 부족함 없는 사람이 맞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이르면 아침 8시, 늦으면 10시에 나가서 밤 10시가 다 되어 귀가한 지 어언 3개월차. 단촐한 1인1묘가구에서 1인이 근무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길게 할 수밖에 없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개냥이인 1묘는 함께하는 짧은 시간 내내 껌딱지처럼 붙어 있어준다.

 주 5일 또는 6일을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 외출을 하니 휴무날엔 꼼짝없이 집콕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 와중에 부드럽고 퐁신퐁신한 녀석이 내 팔을 베거나 내 목에 제 팔을 감고 꼭 붙어 있으면 그야말로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오늘도 그렇게 충실한 현실도피의 시간을 가지느라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으리! 사랑 가득 충전하는 휴무날을 보냈으니 돌아올 새 한 주도 입꼬리 끌어올려 미소지으며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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