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정 Apr 06. 2024

두 번째 30일 글쓰기를 마치며...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게으르다. 무언가 목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일례로 나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지만 평소에 청소를 잘하지 않는다.

집이 엉망진창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나에게 우선순위는 청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는 필요할 때나 치우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생각 한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가 먼저가 아니었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뿌리치고 내 할 일을 하는 게 싫었다. 설거지를 미뤄두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놀이를 하다가 아이를 재우고 나서 나중에 하곤 했다. 그러다 혹시 나도 함께 잠이 들면.... 그냥 다음날 했다.


설거지가 쌓여있는 걸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집안과 주방이 늘 깨끗하면 좋겠만 그런 것보다 육아나 나의 일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청소를 하고 싶으면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다.


손님을 초대하거나 도우미 이모님을 부른다. 손님이 오면 당연히 청소를 해야하고, 도우미 이모님이 오는 날은 미리 빨래도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고 청소기를 돌리기 편하게 정리를 해놓고 출근을 했다. 모두 그럴 거면 니가 청소를 하지 왜 도우미 이모님을 부르냐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청소랑 정리는 엄연히 다르니까.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성격을 알기에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함께 글을 쓰는 글벗들이 있다. 작년부터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서로 격려하며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 미션은 평일기준으로 30일간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매일 안 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지키려고 한다.


오늘이 30일 글쓰기의 마지막날이다. 오늘은 너무도 절친의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퇴근하자마자 장례식장으로 출발해야 했다. 장례식장은 창원이었다. 왕복 9시간... 잠시 그 먼 길을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다행히  남편이 함께 해주기로 해서 문상을 가서 직접 위로를 전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지금은 남편이 운전하는 동안잠시 짬을 내어 30일 글쓰기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럼에도불구하고' 라는 말을 자주쓰기도하고 좋아한다. 오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지금은 새벽 4시 30분 이번에는 졸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내가 운전할 시간이다. 고속도로위 졸음쉼터에서 잠시 메모하듯 글을 쓰면서 잠을 깨워본다.


한 작가님의 쓴 글 중에서 '낡아가는 시간을 보관하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었다. 글쓰기는 시간을 박제해 두는 것이라고... 너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나의 지금의 감정을 상황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나면 나중에 읽어보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도 지금의 내 시간을 박제 중이다. 아직 2시간 더 갈길이 남았으니 시간을 재촉해 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년 전 추억을 꺼내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