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42%가 일과 양육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일이 먼저일까? 육아가 먼저일까? 일하는 엄마들은 두 가지 길 앞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늘 어느 것을 선택해도 틀리고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꼭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왕 둘 다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영희 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키우면서 일하는 ‘워킹맘’입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아들이 다니는 부모참여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그날 저녁에 아들이 물었습니다.
“엄마는 일 안 해요?”
“왜? 엄마가 일했으면 좋겠어?”
아들이 머뭇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연우 엄마도 오늘 왔는데, 일하는 엄마라 그런지 좀 멋져 보였어.”
그녀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멍한 생각이 들었지만 침착하게 아들에게 되물었습니다.
“언제는 네가 엄마 일하는 거 싫다며?”
“그런 어릴 때고, 엄마가 일해서 다른 친구 엄마처럼 용돈도 많이 주면 좋겠어요.”
그녀는 아들에게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엄마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와서 엄마는 필요 없으니 일해서 용돈을 많이 달라고 합니다. 그녀는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이번 기회에 자기 일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영희 씨의 아들처럼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집에서 잔소리하는 엄마보다는 일하느라 바빠도 용돈을 많이 주는 엄마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똑같은 워킹맘이라도 일하는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말 그대로 ‘워킹맘’입니다.
민지 엄마는 이제 24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입니다. 민지가 두 돌이 되자 책을 사주고 싶은 마음에 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잠시도 쉬지를 못했습니다. 온종일 아이하고 놀아주느라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상담을 하다 보니 육아에 많이 지쳐서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엄마에게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낮에는 잠시 어린이집에 보내기를 권했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불안하다며 용기를 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얼마 후 민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 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민지도 어린이집에도 잘기 시작했습니다.
민지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나니 그 시간 동안 엄마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평소 관심이 갔던 네일아트를 배워서 자격증을 따고 짬나는 시간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은 예약제로 운영되어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만약 아이가 아프거나 해서 어린이집을 못 가게 되더라도 엄마가 충분히 돌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못할 거라고 포기했던 자신의 꿈을 찾아서 신이 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민지가 크고 나면 개인샵을 운영할 거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는데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빛이 났습니다. 불과 몇 달 전에 육아에 찌들어 힘들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맘워킹’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리면 일보다는 아이가 우선순위에 있어서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합니다. 시간 조율이 가능하거나 재택근무여도 좋겠지요?
이미 출산 전에 전문직에서 일한 여성의 경우는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과 육아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회사의 일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되지 않더라도 엄마의 육아의 우선순위를 꼭 정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이것만은 꼭’이라는 나만의 육아 원칙의 기준을 세워 놓으면 일과 육아에서 갈팡질팡하는 일이 적어집니다. 언제까지나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우선순위를 육아와 일의 비율을 정하고 아이가 클수록 그 비율을 바꿔가면서 조율하는 방법입니다.
영아 시기는 일보다는 육아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의 조율이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하거나 남편과의 조율로 육아의 공백 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육아와 일의 비율이 육아 쪽으로 기울다가 점점 달라져서 일의 비중이 높아질 때까지 ‘맘워킹’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커서 초등시기가 되면 엄마도 우선순위가 바뀌어야겠지요? 아이 스스로 할 기회를 많이 주면서 엄마의 자리에서 조금씩 물러나야 합니다. 그럴 때는 필요한 것이 바로 ‘워킹맘’입니다. 이제는 육아보다는 일의 비중을 늘려서 아이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엄마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과 ‘보육’은 아이를 돌보고 키운다는 점은 같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양육은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아이의 종합적인 성장과 발달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보육은 기관에서 해줄 수 있는 역할로 아이의 안전, 건강, 영양, 기본적인 돌봄과 사회적, 감정적 지원에 중점을 둡니다.
워킹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서로 다른 비중을 두어 육아를 하는 현명한 방법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우선순위는 ‘맘워킹’인가요? ‘워킹맘’인가요?
나에게 맞는 역할의 비율을 조정해 가면서 아이와 함께 자라는 행복한 엄마로의 성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