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숙려제 계획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by 이현정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둘째 딸이 갑자기 할 얘기가 있다면서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엄마, 나 숙려제 하고 싶어요..."


"그게 뭔데?"


우리 둘째 딸은 막내로,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일을 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없어도 숙제도 공부도 알아서 잘해서 엄마들 사이에도 모범생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손이 안 가는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까지도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잘하는 아이로 자랐습니다. 그렇게 엄마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잘하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조금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학 후 얼마안되어 자퇴하고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원을 다니다 보니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고 했습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원하는 대학에 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힘들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퇴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자퇴는 학교에서 부적응 이거나 사건사고가 나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우리 딸이 학교에 적응을 못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심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뿐이었고 딸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말을 꺼냈을까? 하는 마음에 그 결정을 믿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우리 딸이 문제아가 아니라 자기의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대견할 수는 없겠지요? 당장 자퇴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의 힘들게 고민하는 속마음을 자퇴하고 싶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해줄 수있는 것은 딸을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나 학교 그만 다니고 싶으면 언제든 자퇴해도 되는 거지?”
“그럼, 나는 네가 어떤 결정을 해도 네 뜻을 존중하고 응원할 거야.”



이렇게 얘기하면 서로 피식대며 웃었습니다. 저는 우리 딸이 하나도 걱정스럽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던지 그렇지 않던지 상관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아이니까요.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들어섰습니다. 몇 달간을 고민하더니 더 이상 결정을 미루고 싶지 않았던지 저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동안 표현을 안 했지만 혼자 많이 고민했는데 '학업중단 숙려제'를 쓰고 혼자서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업중단 숙려제:
학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학생에게 학교장이 일정 기간(2~3주)의 숙려기간을 주어 위(Wee·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 서비스) 센터나 교내 대안교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 상담과 진로적성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제도


몇 달간 아무런 얘기가 없어서 잘 몰랐는데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니...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한번 학업중단 후 어떻게 할지 진로계획서를 작성해 보자고 했습니다. 이미 본인이 생각하고 계획한 것이 있다면서 '숙려제 학습계획서'를 선뜻 내미는데 참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업중단 숙려제 계획서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엄마는 언제나 우리 딸을 믿고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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