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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01. 2020

아름다운 마무리, 멋진 시작 12월


 1월 1일은 새해 첫날, 3월 1일은 삼일절,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이 세 날의 공통점은? 공휴일입니다. 나머지 달의 1일은 '오늘이 1일이야?' '벌써 한 달이 다 갔어?' 하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감흥은 없습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일 뿐이죠. 그러나 같은 1일이라도 12월의 1일은 남다른 감회를 불러옵니다. 올 한 해 마지막 달의 첫날이니까요.


 '벌써 12월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내가 뭘 했지?' 해마다 12월 1일이면 느꼈던 감정이 올해도 재현됩니다. 정월 초하루에 소망 빌었습니다. 묵은해는 보내고 새해는 목표를 세우고 굳은 결심도 했고요. 소망과 결심은 한 달 두 달 쉼 없이 흐르는 시간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어느덧 12월을 맞이하는 순간 "엉? 벌써??" 잠시 허탈함에 빠집니다.




 허탈한 내 마음과 달리 12월은 등장하면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경기를 하기 위해 링 위에 오르는 선수의 응원가처럼 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러 퍼집니다. 캐럴 사이로 구세군의 빨간 냄비에서 흘러나오는 종소리는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요.

 내년 달력을 올해 달력 뒤에 겁니다. 달랑 한 장 남은 올해의 달력이 왜소하게 보입니다.

 내년 다이어리에 이름을 쓰며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도 있습니다.


 12월. 일 년 동안 함께 한 올해를 떠나보내려니 착잡해집니다. 몸도 마음도 움츠려 들고요. 무엇보다 춥습니다. 더 이상 가을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입니다.

 12월. 한 해를 떠나보내는 해님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추운 겨울, 잠시라도 오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외면하고 마지막 달에는 매일 일찍 귀가합니다.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달입니다.

 12월.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전등을 달고 하얀 솜을 여기저기 붙입니다. 전등을 켜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캐럴은 당연히 빠질 수 없죠. 사람들이 모이는 주요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각 가정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목을 다집니다.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인 듯싶습니다.

 12월은 설렘의 달이기도 하죠. 연인들은 첫눈을 기대합니다. 첫눈을 맞으며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절기상 '대설'이 있어 눈이 많이 올 것 같아 언제 내리려나 기다립니다. 첫눈이 내리면 사랑을 고백하고 추억을 만드는 젊은 연인들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12월은 나이를 먹는 달입니다. 동지날에 먹는 동지 팥죽. 귀신도 쫓아내고 나이만큼 먹어야 오래 산다고 하죠. 나이는 먹기 싫은데 짧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신이라 여기면서도 넙죽 맛있게 받아먹습니다.

 12월의 대표 휴일이자 지구 상에서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는 크리스마스. 교회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애들도 성탄절이 좋아하며 산타 할아버지를 학수고대합니다. '무슨 선물을 주고 가실까?’' 몇 번이고 양말을 들여다봅니다.

 12월은 카운트다운을 세는 유일한 달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 이 시작됩니다. 언론, 방송에서는 '다사다난한 한 해 보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줄기차게 합니다. 보신각 타종 소리가 울리기 직전, 5,4,3,2,1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12월은 멋지게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새해의 기쁨과 12월의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12월, 크리스마스와 함께 낭만적인 달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벌써 12월이라는 놀라움과 함께 또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현실이 달갑지 않습니다. 나이 들수록 지금껏 뭘 하며 살았나 하는 후회만 몰려오고요,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그리 유쾌하지만 않습니다.

 추운 겨울의 시작과 함께 해는 짧아지고 한 해를 정리하기에 앞서 11월에 입을까 말까 망설였던 내의를 주저 없이 꺼내 입습니다. 낭만이고 뭐고 벌벌 떠는 건 싫으니까요.

 12월의 분위기를 띄우는 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느냐와 함께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입니다. 그러나 저작료 문제로 캐럴도 마음대로 틀지 못합니다. 몇 해 전부터 거리에 캐럴이 뜸해진 이유입니다.

 액운을 쫓아낸다며 먹는 동지 팥죽, 아이들은 팥죽보다는 햄버거, 피자를 좋아합니다. 기껏 만들었더니 입에도 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얀 첫눈이 내리기를 바라는 소원대로 눈이 내립니다. 모두가 환호하며 낭만을 쌓습니다.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눈을 잡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연인들. 그 뒤를 이어 지저분해진 눈을 치우며 땀 흘리는 아저씨들 모습이 보입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받고 기뻐함도 잠시 동네 마트에 똑같이 진열되어 있고 엄마 아빠가 준비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아이의 동심은 사라집니다.

 구세군 아저씨가 흔드는 종소리 옆에 빨간 냄비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주위에 아직도 불우한 이웃이 많다며 모두가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자며 외칩니다. 각지에서 성금을 모이고 물품을 쌓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내는 돈이 제대로 쓰일까 의심이 생깁니다. 얼마 내지도 않으면서 의심에 사로잡혀 손길을 거두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12월 마지막 며칠을 앞두고 회사는 한 해를 마감하는 종무식을 합니다. 올해는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 더 잘하자며 파이팅을 외치지만 며칠 뒤에 있을 새해 시무식 때도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며 보람을 찾고 싶어도 내세울 만 게 없었는데 올해는 더한 것 같습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며 기원했던 소망은 여전히 목표 달성을 향해 진행 중이라고 둘러대지만 실은 잊고 살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새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한 게 있습니다. 본의 아니지만 마스크 끼고 사람들 피하고 집에만 머문 생활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습니다.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실히 느낀 2020년이었습니다.

 매년 되풀이하는 연례행사처럼 올해의 새해 소망 역시 내년 새해로 넘어가겠지만 실망할 필요도, 자책할 이유도 없습니다. 다들 힘들었던 올 한 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2020년을 잘 버티고 여기까지 왔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연말연시 분위기를 한껏 내고 싶지만 현재 상황은 오히려 거리를 더 두고 사람들과 모임을 아예 갖지 말라고 합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조용한 각자만의 연말연시일 것 같습니다.

 컴퓨터를 리셋하듯 새해 소망도 리셋하며 가는 해 잘 보내주고 오는 해 반갑게 맞이해야겠죠. 주위의 불우한 이웃도 돌아보고요. 아직 올해 12월이 온전하게 남아 있으니 마무리할 건 아름답게 해야겠습니다. 내년 소망을 정성 들여 만들어 보면서요.  


 일 년 가까이 마스크 쓰고 거리 두는 실천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습니다. 이런 실천력을 소망을 이루는 데에도 써본다면 내년에는 소망을 꽤 많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지 않습니까?

 올해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해 멋진 시작을 준비하는 12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길’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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