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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30. 2020

하루를 잘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방법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라는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오늘 보낸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하루를 열심히 제대로 살았는지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보다 야무지게 보낼 것 같은데 말이죠.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잘 보냈는지 헤아릴 방법을 찾아봅니다.

 



커피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오늘 하루 커피 몇 잔을 내렸는지로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식당 사장님은 오늘 몇 인분을 팔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겁니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은 오늘 얼마큼 많은 페이지를 넘겼느냐로,

운전하시는 분들은 오늘 몇 km를 달렸는지를 보면 삶의 하루가 그려집니다.  


커피를 정신없이 내린 날이 있는가 하면 신통치 않은 하루도 있을 거고요.

몰려드는 손님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날이 있으면, 텅 빈 테이블을 보며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날도 있습니다.

운전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도 많이 벌어들였는가 하면 어떤 날은 달리기만 열심히 한, 영양가 없는 날이기도 하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장을 넘긴 날이 있는가 하면 책을 베개 삼은 날도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밥을 먹으러, 차를 타고 지나가다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 옆을 지나갑니다.

큰 시련이 닥칠 때나, 기분이 완전 다운되는 날이면 사람은 몸을 웅크리고 의기소침해집니다.

겁을 내기도 하고요. 산더미 같은 걱정에 파묻히기도 합니다.

나무는 그런 일이 없이 항상 제자리에 편하게 있는 줄 알았는데 나무 역시 세파를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겨울에는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살을 에는 칼바람에 벌벌 떠는 것 같아 안쓰러웠습니다.

봄이 되니 훌훌 털고 일어나 파릇파릇 새순을 돋아냅니다.  

여름엔 내리쬐는 햇빛을 온몸으로 막으며 지나가는 사람을 위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요.

가을이 오면 빨간 단풍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다시 겨울이 되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다음 성장을 준비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고 이글거리는 뙤약볕에도 나무는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하루, 이틀 묵묵히 견뎌낸 시간들이 당장은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한 줄 한 줄 나이테를 채웁니다.




보람찬 하루를 보냈는지는 무엇으로 가늠하면 좋을까요?

직장에서 분위기를 업 시키고, 시간을 꼬박 채우며 회화 공부를 열심히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누린 휴식도 보람찬 하루입니다.

진한 감동을 느낀 한 편의 영화도, 땀을 흠뻑 흘리며 한 운동도, 가족과 화기애애한 대화도 잘 보낸 하루이고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좋은 말을 하고 사소한 거라도 칭찬하며 기분 좋아졌다면 당연 보람찬 하루이겠죠.


하루를 잘 보내야 한다고 해서 늘 기분 좋은 일,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만 잔뜩 쌓인 날이 있고요, 짜증 만땅에 애만 쓰고 되는 일이 없는 날도 있기 마련이죠. 어떤 날은 간당간당한 핸드폰 배터리처럼 과부하로 방전되기 직전일 수도 있고요. 말다툼도 하고 야단도 듣는 날도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런 날도 내 인생의 한 장면이자 추억이 되면 헛되지는 않을 거예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오늘이 힘들었다고 공친 날이 아니라 보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조금은 길게 내다보자고요. 힘들어도 하루를 잘 버텼으면 잘 보낸 날로 받아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거예요.




살다 보면 참 별일이 많습니다. 황당한 일도 겪고요. 물론 기쁘고 즐거운 일도 없진 않지만 힘든 날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대개는 별일 없이, 그저 그렇고 그런 하루가 대부분이지 않나요?

어제와 오늘, 별반 차이 없는 날들인 것 같지만,

지난달과 이번 달,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시간은 부지런히 흐릅니다.

현재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하루 이틀 진지하게 잘 보내다 보면 조금씩 변화하는 일상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완성되어 갑니다.


하루 이틀, 그렇게 오늘이 어제로 쌓이고 쌓여 올해도 어느덧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해 갑니다.

어제나 오늘, 지난달과 이번 달,

보람도 없고, 늘 그 자리에서 맴도는 밋밋한 날 같아도

애쓴 만큼, 노력한 만큼 풍성해질 날이 올 거예요. 잘 버틴 만큼 보람도 찾을 거고요.

든든하게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할 일을 다하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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