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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15. 2021

걱정인형,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

 끝없이 펼쳐진 해변의 모래밭을 홀로 걸어갑니다. 그런데 내 옆에 나란히 이름 모를 발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누군가 싶어 봤더니 걱정의 발자국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근심 걱정거리는 항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숱하게 방황하며 앞날을 고민했던 청춘의 나날들,

 귀인일까 악연일까 인간관계가 주는 끊이지 않는 스트레스,

 나이 들면 좀 나아질 거라 기대했건만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막막함,

 지난날에 나는 왜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을까, 그것밖에 못했을까, 밀려오는 후회들.

 이러니 걱정 없는 인생은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고 젖만 먹는 갓난아기도 젖 주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운다고 하니까요. 


 지금 걱정하는 일은 90% 이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때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걱정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이 걱정덩어리를 걷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다못해 이 걱정을 좀 나눌 수만 있어도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히, 아무 걱정 근심 없이 살았으면 더할 나위 없을 거니까요.  




 "걱정 주세요, 걱정 주세요, 걱정은 내게 주세요.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행복한 생각 하세요."

 몇 해 전 모 보험회사 광고에 다섯 인형이 나와 걱정은 주고 행복하시라는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다섯 인형은 과테말라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걱정인형 캐릭터였습니다. 


 걱정인형의 유래는 과테말라 고지의 토착민에서 유래되었지만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 마야문명과 관련된 설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마야 공주가 태양의 신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선물은 사람이 걱정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풀어주었다는 인형이었습니다. 걱정인형이 탄생한 전설입니다. 


 걱정이 많은 오늘날에도 걱정인형을 만들어서 선물을 하곤 합니다.

 자신의 걱정과 슬픔을 걱정인형에게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그 인형을 두고 자면 그다음 날 아침 모든 걱정과 슬픔은 걱정인형이 다 가져버린다고 합니다.

 걱정인형이 닥쳐오는 모든 나쁜 운과 걱정을 막아준다고 하니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걱정으로 물들지 않을 거니까요. 


 크고 작은 걱정과 근심이 끊이지 않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걱정인형의 유래를 믿든, 믿지 않든 자신의 모든 걱정을 어디론가 훌훌 털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가 걱정인형이 되어 근심거리를 잔뜩 떠안고 전전긍긍 앓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격과 환경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편이 나은 쪽인지는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걱정을 마음먹은 대로 한순간에 털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바라는 바람입니다.

 "이제 생각하지 마, 그런 걱정은 그만!"

 머리로는 잘 알아 숱하게 되새기는 말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게 현실입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아 사람을 더 답답하게 합니다.

 살아오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걱정을 많이 한들 지금 당장 어떻게 되는 일은 별로 없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될 일은 어떻게 해도 되고, 안 될 일은 무슨 수를 써도 안된다는 걸 말입니다. 되든 안 되든 그 모든 운명은 받아들이게 되고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더할수록 나에게 닥친 불운이나 걱정거리를 자꾸만 숨기려고 합니다.

 걱정거리를 털어놓다가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고, 그걸로 이용당하거나 불이익을 볼까 봐 두려워서인데요. 그러다 보면 부작용도 있습니다. 외로워지고 걱정에 물들어 산다는 거죠. 


 그렇지 않으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근심일수록 나누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기꺼이 나의 걱정 인형이 되어줄 믿음직한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나 또한 누군가의 걱정인형이 되어 서로 걱정을 나눈다면 삶의 무게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깊은 걱정거리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가물가물해지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걱정으로 지금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참에 그런 걱정거리는 모두 털어버리면 어떨까요? 걱정에 물들지 않게 말이죠. 


 걱정이 있을 때 베개 밑에 인형을 넣고 자면 그 걱정을 대신 가져간다는 걱정인형,

 한순간에 모든 걱정들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걱정도 나누다 보면 걱정인형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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