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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08. 2021

아포가토 같은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 볼까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잔 위에 방금 내린 에스프레소 샷을 빙 둘러 가며 붓습니다. 부드럽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진하고 뜨거운 커피가 섞입니다. 맛의 온도가 너무나 다른 이들은 달고 쌉싸름한 맛을 내며 녹아내리는 재미도 만들어 냅니다. 아포가토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의 디저트로 만들기 간편해서 홈카페 레시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아포가토 Affocato.

 아포가토는 '빠뜨리다, 익사시키다'라는 이탈리아어인 affogare의 수동태로서 '물 등에 빠진'이라는 뜻입니다. 


 다양한 조합이 있지만 가장 간단한 레시피는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끼얹어 먹는 조합이라고 합니다. 달달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뜨겁고 쌉쌀한 커피가 조화롭게 어울려져 맛과 향을 한껏 즐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이해가 안 가.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해."

 그러면서도 '왜 그랬을까?' 하며 다른 누군가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은 합니다. 


 동료가 일을 처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아니, 저렇게 밖에 못해?"

 하지만 이렇게 닦달하기 전에 조금 더 기다려주기도 합니다. 


 아는 사이일수록 쉽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게 문제야."

 하지만 그 사람 문제 이면에는 그 사람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일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도, 간혹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도, 섭섭한 기분이 들어도 우리는 타인에 대해 관대해지려고 애를 씁니다. 내가 이만큼 하면 나의 선한 의지가 세상 어딘가로 흘러가서 선한 에너지로 작용할 거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말입니다.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선하게 돌아간다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요.  




 세상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만나 어울리다 보면 어떤 때는 뒤엉키고 가끔은 피 터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볼 때마다 못 잡아먹어서 안 달린 톰과 제리. 맨날 허탕만 치는 톰 같은 친구, 요리조리 피해 가는 제리 같은 친구가 오늘도 으르렁댑니다. 어울릴 수 없는 캐릭터이지만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만화는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사이를 '물과 기름 같다'라고 합니다. 물과 기름이 만나면 서로 섞여 하나가 되지 않기에 생긴 비유로 얼굴을 마주하기 껄끄러운 관계를 일컫는 말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결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하지만 요리하는 사람은 이 둘을 섞어 음식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고 그래서 탄생한 게 마요네즈라고 합니다. 


 뜨거운 에스프레소 같은 남자, 차가운 아이스크림 같은 여자가 만납니다. 마치 물과 불이 만나 둘 다 공멸할 것 같던 사이가 오랜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바와 달리 서로 무언가 맞는 게 있다는 의미이겠죠. 아포가토처럼 말이죠. 


 지금 동료들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허구한 날 부대끼며 가끔은 티격태격하며 힘들 때도 있었고 실망하고 토라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함께 해온 세월 동안 서로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옆에 있어준 동료와 일할 때 행복함을 느낍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가치관. 이런 게 모여 어울릴수록 세상은 더 풍부해지고 풍요로워져 발전을 합니다. 삶의 방향도 다양해지고 깊이도 생깁니다. 아포가토스러운 조화를 내면서 말입니다.  




 아포가토 좋아하십니까?

 달달하고 쌉싸름해서 먹으면 너무 맛있고 기분까지 행복해지는 디저트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 대개 좀 세고 매콤한 게 많습니다. 그러니 달달한 디저트가 음식을 먹고 나서 마지막에 먹을 때 더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상대방에게 없는 맛을 완벽하게 채워주니까요. 


 주변에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쟤랑 나랑 너무 달라. 진짜 달라도 너무 달라."

 동료나 연인 관계일 수도 있고요, 친구나 부부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조금만 더 깊이 이해하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독특한 캐릭터들을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상대방과 어우러진 나 자신도 빛날 수 있을 거니까요.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가 모여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내는 아포가토.

 사람의 조합도 이 정도라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자라난 환경과 각자의 개성이 다른 사람들끼리 상대의 매력을 흩뜨리지 않고 함께 잘 섞이면서 사랑하고 일한다면 누가 봐도 환상의 조합이 될 테니까요.


 오늘은 누구와 아포가토 같은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 볼까요? 달달한 아포가토 한잔하시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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