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말한 적 있듯이 나는 집중력이 짧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한가지 진득하니 하는 것보다는 이것저것 다 펼쳐놓고 한번씩 해보고, 끝을 보기보단 다른 재미를 찾아 자리를 뜨는 성격이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진득하게 하는 게 있다면 방탄소년단 덕질! 이토록 깊고 찐한 애정을 가져본 건 이들이 처음이었다.
바야흐로 2015년,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3학년이고 한여름쯤이었던 그 어느날 나는 누군가에게 '치였다'. 시작은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이였다. 말쑥하게 생긴 사람이 열심히 춤추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더니 밤새 그들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데뷔하고 2년 갓 지난 시점이었고 음방 1등도 한번 찍은 참이었으니 그때가 아마 커리 정점일 것이다 생각하고 시작한 덕질이었다. 내 최애는 돌고 돌아 슈가에서 출입구가 막혀버렸고, 노래 가사처럼 '1~2년을 순삭해' 2023년이 됐다. 오마이 내 8년.
끽해야 국내 대형 시상식에서 대상 받는 게 최고였던 한국 시상식을 이 친구들이 바꿀 줄이야 그들도 나도 전혀 몰랐다. 외국에 가서도 방탄 캐릭터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거나, 외국 아미와 BTS 하나로 얘기하게 될 줄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근데 그게 내 덕질에서 일어났다. 언빌리버블.
그들의 행보와는 상관 없게도(?) 내 덕질은 계속됐다. 그들이 잘나서 좋아한 건 아녔기 때문이다. 덕후 업계에선 고인물로 취급 받을 정도로 '나때는~'을 외칠 수 있는 정도의 이모아미가 됐지만 여전히 그들이 하는 모든 상황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그들의 모든 상황을 뚫어져라 지켜보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한눈을 판다는 것이다.
한눈을 판다니. 덕후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다른 가수를 좋아하고, 심지어 탈덕을 할 수 있단 말이야?! 예전이었으면 그랬을 것이다. 그정도로 아이돌 덕질이란 매니악하면서도 되돌아나올 수 없는 길로 여겨졌다. 근데 요즘은 좀 다르다. 나와 덕질은 다른 페르소나로 구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것을 사랑해도 큰 무리가 아니게 됐다. 이건 세상에 흐름이 그렇고, 방탄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종종 딴짓을 한다. 방탄 대신 최근 빠진 밴드 루시의 영상을 주구장창 찾아보거나, 라이브에 찾아와도 일단 제쳐두고 친구와 담소를 나눈다. DVD는 구매하지 않고, 올콘도 하지 않는다. 방탄 노래 대신 다른 노래를 듣고 감동하고 또 다른 아이돌들의 영상도 자주 찾아본다. 요즘 말로하면 '완덕(덕질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시기가 그러해서 이런 걸수도 있다. 나는 방탄의 누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방탄 자체를 좋아하는 건데 지금 대부분이 군대에 가있거나 곧 군대에 갈 예정이라 단체로 나오는 경우는 '아예' 없다. 그래서 흥미라고 할까 약간의 관심이 떨어진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탈덕(덕후 탈퇴)'이라 말하지 않는 것은 내가 아직도 그들에 대한 관심이 지극하고,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뛴다는 것이다. 아직도 무슨 말 끝에 항상 방탄이 따라다니고, 노래 비유 대부분은 방탄의 곡이다. 아미 친구들과는 여전히 교류하고,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올 여름에는 슈가 콘서트에서 8시간을 서있으면서도 미친듯이 점프했던 그 날들이 아직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런고로 모두가 제대하는 2025년까지는 조금 더 딴짓을 해보려한다. 아미라는 이름표를 호주머니 가장 깊숙한 곳에 밀어넣고 내 삶 그 자체를 좀 더 즐겨보겠다. 미쳐 사그라들지 않은 내 안의 아미 본능이 들끓어오를때 딴짓을 멈추고 돌아올테니 지금 알았던 덕친들 모두 그자리에서 다시 만나길 빈다.
Special thanks to. ㅁㅌ님, ㄱㅆ님, ㄹㅂ언니, ㄲㅉ님, ㅂㅌ님, ㅋㄹ언니, ㅁㄲ, ㅎㅉㅉㅇ님. 우리 다시 올공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