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그대로다. 나는 소주가 싫다. 주종을 고르라면 맥주, 굳이 추가하자면 소맥이지 딱 소주는 싫다. 특히 나처럼 노빠꾸(no back)인 사람에게 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액체는 그나마 있던 브레이크까지 풀게 만드는 존재라 별로다.
그럼에도 소주를 입에 대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라 하겠다. 다들 그렇지 않나. 굳이 혼자 하지 않는 행동을 함께일때 하는 이유는 함께하는 친구들 때문이다. 나에게 소주가 그렇다.
나에게는 내가 사랑하는 두 언니가 있다. 두 사람은 생김새는 커녕 성향도, 사는 곳도, 직종도 전혀 다르다. 한 언니는 2년 전쯤 사교모임에서 알게됐고 한 언니는 독서 모임에서 작년에 알게됐다.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나에게 소주잔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언니 잔수는 보통 맥주보다는 소주를 즐긴다. 왜인지 따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주종이 대개 그랬다. 술을 잘 먹는 편이기도 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언니는 항상 소주를 마셨다(물론 가끔은 다른 술을 즐기기도 한다).
퍼주기를 생활화하는 잔수 언니는 작년 크리스마스 쯤 내게 소주잔을 선물했다. 바쁜 시즌임에도 언니는 우리집에 기꺼이 놀러와 파티를 즐겼다. 그때만 해도 우리집엔 컵이라곤 없어 종이잔으로 친구들과 돌려마시곤 했다. 언니는 집에 오기 전부터 뭐 필요한 거 없냐 물어보더니 기어코 우리집에 소주잔 6개를 택배로 보냈다. "나는 내 친구들이 다른 내 친구들과 친해지는 게 좋아. 웰컴투한솔유니버스"라고 했던 장난스러운 말을 잊지도 않고 'be my universe'라고 각인까지 해서 말이다.
두 번째 언니 호사는 나 뿐만 아니라 총 6명의 소주잔을 직접 제작했다. 이 언니는 주로 막걸리파인데 그날도 막걸리를 먹자며 우리를 불러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떤 연유로 내가 그 모임에 불참하게 됐고 이 언니가 추후에 나를 따로 불러 술 한잔을 하며 나에게 선물을 건넸다. 각자 이름이 새겨진 술잔이었다.
며칠 전 다른 언니의 생일을 맞아 호사 언니네 집에서 언니 여섯이 모이기로 했다. 각자 집에서 소주잔까지 챙겨서 술을 기울였는데 그게 그렇게나 웃겼다. 이날 우리는 언니에게 제발 먹을 걸 그만 내오라고 손사레를 치며 반쯤은 취한채 해가 뜰 때까지 입을 쉴새없이 놀리며 수다를 떨었다.
두 언니의 또다른 공통점은 받기에도 미안한 사랑을 무한제공해준다는 거다(충격! 사랑 무한제공 사건!). 이상하게도 언니들에게는 사람을 기대게 하는 따뜻함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따르나 싶다가도, 나는 저런 언니가 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게 진짜 어른이라면 난 평생 응애다. 나누기보다 받는 게 편한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기엔 멀었나보다. 내년 서른엔 언니들 같은 너그러운 마음이 될 수 있길, 그러면서도 언니들 옆에선 더 어리광 부릴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