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뒤적거리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뮤지컬 관련된 잡지 특별호의 인사말 같은데 나는 이 글을 읽고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 뮤지컬 두 편을 홀린듯이 예약했다. 통장은 텅비었지만 입꼬리는 자연스레 실실 올라갔다.
나에겐 가을되면 상사병처럼 찾아오는 증상이 있는데 바로 '뮤지컬 넘버 하루종일 듣기'다. 알고리즘에 뮤지컬 '빨래'의 가장 유명한 넘버 '슬플땐 빨래를 해'가 뜨면 그날은 하염없이 뮤지컬 영상을 봐야만 한다. 아이다 'my strongest suit', 시카고 '록시', 레드북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앤 '저 길 모퉁이', 위키드 'popular' 등등 한바퀴를 싹 돌고나서야 '어머 내 정신좀 봐'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렌트 'seasons of love' 앵콜 중!
최근에는 연말 뮤지컬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렌트와 시스터액트를 봤다. 차마 밖으로 흥얼거릴 수 없는 렌트의 라비보엠을 괜히 콧노래로 따라부르고 있고, 시스터액트의 넘버들은 출퇴근메이트가 됐다. 심지어 시스터액트는 한번 더 보러 가자고 친구와 말까지 해놨다. 1월에는 레미제라블도 보러 가야하는데... 통장 잔고는? 다음에 생각하도록 하자. 돈은 아끼면 모아지지만, 공연은 아끼면 사라진다.
뮤지컬을 보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뭐냐 손꼽는다면 뮤지컬 전 출연진들이 나와 가장 밝고, 즐거운 표정으로 메인 넘버를 함께 부를때다. 예전에는 그 장면을 찍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끽해야 사진 한장이지 영상으로 남기려 하지 않는다. 다같이 박수 치면서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가장 폭발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이 좋다. 같은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이 손잡고 현실이 아닌 다른데로 갈 것 같은 그 감정이 내가 뮤지컬을 보게 만드는 원동력중 하나이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헛헛한 마음을 붙잡고 그날 들었던 노래들을 다시 듣는 것도 좋아한다. 이렇게 보면 결제한 날부터 보러 가는 것, 보는 과정과 보고 온 후까지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냥 뮤지컬이 너무 좋다.
덕분에 이런 취향으로 키운 부모님이 밉기도 하다(장난). 평생을 음악을 향유하는 인간으로 살 예정이라, 이 친구가 과연 뮤지컬에 얼마를 더 쓰게 될지 많은 기대 부탁한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