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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일기 Aug 17. 2024

맥모닝 2개를 앞에 두고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맥모닝을 2개 앞에 두고 우두커니 앉아있다. 그의 무표정에서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서, 혼자 두 개를 다 먹으려나보다, 생각했다. 5분이 지나도 포장을 뜯지 않자, 누군가를 기다리려나보다, 생각하는 순간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막차 탔어, 하고는 내심 뿌듯한 표정이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모양이었다. 그제야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승리했다는 듯 여자와 남자는 쨍-하고 커피잔을 맞부딪혔다. 그들은 이런저런 알 수 없는 사소한 얘기를 나누며 킥킥 거리며 웃기도 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냥 여기저기서 있을 법한 아주 흔하고 평범한 장면이 내 기억 속에 왜 이렇게까지 오래 남은지 모르겠다.


 먼저 나온 따끈한 맥모닝을 먹지 않고 여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남자의 배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자가 들어오자 세상을 다 가진 듯 밝아지던 그 표정 때문이었을까.


커피잔을 부딪히며 어떤 공동의 과제를 해냈다는 작은 뿌듯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의 앞에 놓인 두 개의 맥모닝을, 당연히 기다릴 줄 알았다는 듯 왜 먼저 먹지 않았냐는 진부한 말 한마디 없이 자연스레 앉는 그녀 때문이었을까.


 내가 바랐던 결혼생활의 한 장면이었다.


아주 작고 소소하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던 그들의 에피소드.


너무 부러웠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시련이 닥쳐도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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