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이겨내고 싶은 일기1
그 사실을 알게 된지 세 달쯤 지났다. 언제까지 그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들지 그 당시에도 몰랐지만, 지금은 더 모르겠다. 한달이면 나아질까, 두달이면 나아질까, 그렇게 세달이 넘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공평하지가 않다. 그렇게 당했으면 사라졌을 법도 한 감정이 이렇게 아직도 살아있는걸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 불리한 게임이 연애나 결혼 따위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랑한다는 것은 축복이자 저주다. 막장 드라마를 볼때면 왜 저럴까 의아했었는데, 이제는 어떤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해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음을 이해한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을 일들이 대부분 이해가 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뭐든 말이 되니까.
두세시간 마다 한번씩 떠올라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일은 세달쯤 지나자 하루에 한두번쯤으로 뜸해졌다. 이걸 뜸해졌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만으로도 번뜩 화가 나서 부아가 치밀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만으로도 분노가 치미는 걸 보면, 원래 성격도 화가 적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 이렇게 많은 화가 있었나 신기하기도 하다. 이미 더 이상 어찌할수 없는 일들인데도 왜 이렇게 자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문득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두세시간마다 번뜩 떠올라 부아가 치미는 상태를 몇달동안 이겨내고, 하루에 한두번쯤 분노하는 이 상태를 `괜찮아졌다`라고 표현하게 되었는데, 정작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일주일에 한번쯤이나 그 일을 생각할까. 아니면 자기 치부라 여겨서 세상에서 빨리 잊혀지길 바라며 망각 속에 살고 있는걸까. 언제나 범죄가 일어나면, 당한 놈만 불쌍하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그렇다. 당한 놈만 불쌍하다.
그 일이 생각날 때면 마음껏 역정을 부리고 나선, 늘 그를 불쌍하게 여겼다. 이게 세 달씩이나 뭐라고 할 일인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말했다. 아무리 잘못한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비난하고 분노하면 도망가게 마련이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이 상황에서, 피해자인 내가, 그가 도망갈까 노심초사해야한다는 사실도 잔인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토록 잔인하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 까. 정말 엄청나게 많겠지. 나는 고작 한 달을 만난 사람을 놓고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몇달, 1년, 몇년을 속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내가 지금 버티고 있는건 어쩌면 내 스스로 한달이라는 시간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달만에 밝혀낸 내 촉을 칭찬하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그냥 말도 안되는 생각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날아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