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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일기 Jul 14. 2023

불륜을 이겨내고 싶은 일기2

내 감정이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르겠어

   언제나 불행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언제나 행복하지도 않다. 불륜을 이겨내고 싶은 내 일기는 종종 불행하고 종종 행복하다. 모든 인생이 그런 것처럼. 갑자기 일기를 쓰고 싶어진건, 생각이 날때마다 쏟아내던 분노를 생물이 아닌 무생물에 쏘아대고 싶어져서다. 착한 척하는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쏟아내고 나면 늘 마음이 불편하고 그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왜 눈치를 보고 있지.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다. 


  모든 다툼은 서로의 의견이 존재한다. 그 의견을 맞춰가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가며 풀어내곤 한다. 하지만 불륜은 도대체가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 불륜을 하게 된 이유라던지, 그때 힘들었던 상황에서 불륜으로 내몰리게(?) 된 이유 따위를 내가 이해해야하는 건가. 힘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텐데. 또 생각의 조각이 날아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생각들은 도대체가 결론이 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아왔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을 중요치 않게 여겼고, 모두가 그건 별거 아니야 라고 했던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모든 것은 내가 세운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다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진다. 불륜을 저지른 애와 사귀는 애. 불륜을 용서한 애. 혹은 한번 바람 핀 사람은 영원히 바람핀다 그런 격언이 타인의 입을 통해 내 귀로 들어온다. 나를 괴롭힌다. 내 선택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고려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일은 정말이지 자꾸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꽂힌다. 내 마음을 후벼판다.


  불륜을 이겨내고 잘 살아가는 부부나 커플이 있을 까. 찾아보다가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아, 지금 잘 살고 있는 거지 언제 또 바람을 피울지 모르지. 비관론도 이런 비관론이 또 있을까. 나에게 사람이란 곧 바람필 존재 혹은 바람필 상황이 닥치지 않아서 아직 바람피지 않은 존재. 그 정도다. 이 생각을 없애고자 찾아간 나름의 전문가도 내 비관론을 고쳐주지 못했다. 5주의 시간동안 나에게 전문가인 그 사람이 남긴 게 뭔지 모르겠다. 좀 더 실력이 좋은 전문가를 찾아가야했나.


  내 인생은 불륜을 당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불륜을 당한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당했다. 주변에 불륜이나 바람을 겪은 사람들은 정말 많은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만 내게 보이는 걸까. 나만 회복력이 느린건지 나만 부정적인건지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를 옆에 두고,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이지 눈물은 나오지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데 그 사이에 슬픔이 없다니. 대부분의 감정이 분노, 증오, 배신감, 억울함 이런 쪽에 치중되어 있는 것 같다. 어쩐지 눈물은 나오지가 않는다. 이미 그 사건이 밝혀졌을 때 너무나 많이 울어버린 탓일까. 


   어쩌면 내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가도 그가 헤어짐을 말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왠지 나도 모르게 그를 붙잡고 있다.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제서야 슬프다. 내 이성과 감정이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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