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산책로는 언제나 고요하다. 그러나 한걸음 그 안을 걷다 보면 수많은 소리들과 만난다. 조용해서 더 잘 들리고, 고요해서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물소리다. 산책로를 따라 흐르는 얕은 물줄기, 작은 돌과 풀잎을 지나며 맑은 소리를 낸다. 투명한 유리잔에 물을 따르는 듯한 그 소리. 들여다보면 흐름의 결이 있고, 귀 기울이면 작은 생명의 기척이 실려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나의 마음까지 낮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그런 물소리에 화답하듯 작은 새들의 지저귐도 분주하다. 서로를 부르고, 대답하듯 울고, 침묵하며 또 기다린다. 짧은 울음, 긴 노래, 높고 낮은 리듬. 각자의 방식으로 풀잎사이 가지사이를 채운다. 그 소리는 바람보다 먼저 나뭇잎을 건드리고 하늘보다 먼저 내 마음을 연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건 바람소리다. 풀잎을 작게 흔들고, 꽃들을 하늘하늘 춤추이고. 나뭇잎사이를 들추어 햇살을 비추이며 그 존재를 일깨운다.
그 조용한 진동 속에 담긴 움직임은 소리보다 더 진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눈으로 듣는 바람, 귀보다 마음으로 먼저 느끼는 바람. 그것은 말없는 친구처럼 곁에 있다가 어느새 내 안의 고요함을 함께 흔들어 놓는다.
산책로의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서로 겹치면서도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조화롭게 머문다.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음들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하나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사이를 걷는다. 걷는다는 건, 어쩌면 듣는 일이고 보는 일이며, 마음 깊은 곳에서 깨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흘러가는 풍경처럼 보였던 것들이 소리를 통해 나에게 말을 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책로를 걷는다.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듣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