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군중을 헤치고 러시아군 사열을 하는 늙은 여우, 이토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탕!탕!탕! 그리고 혹시 엉뚱한 자를 저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위의 일본인들에게도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피신이나 도주 대신 그대로 체포된다. 끌려가면서 계속 외친다. 꼬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 벌써 작년이 되었다. 세밑의 어느 날, 왕십리역으로 달려가 본 영화, 하얼빈! 도마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이다.
영화를 보면서 작년 8월말 하얼빈에서 시작하여 여순감옥까지 안중근 의사 여정을 따라 다녀온 역사여행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중국혁명운동가인 장태염이 안중근 의사를 아시아 제1의 협객이라 칭했듯이 안의사의 흔들림없는 의로움과 정의감, 애국심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여일 후 홍콩에서 발행되는 화자일보는 사설에 이렇게 썼다. ‘생명을 버리려는 마음을 가졌기에 그의 마음이 안정되었다.
마음이 안정되었기에 손이 안정되었다.
손이 안정되었기에 탄알마다 명중했다’
영화 하얼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을 모아야한다. 기어히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미리 준비하고 뒷일을 준비하면 모든 일을 이룰 것이다.(안중근)’
‘끝까지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안중근)’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힘을 발휘한다(이토)’
안중근 의사가 생전에 했던 말로 전해지는 "우리들의 소원은 단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열번 백번이라도 해보고 올해 안되면, 내년에 해보고 십년 백년이 걸려도 좋다. 우리대에 안되면, 아들대 또 손자대까지 가서라도 대한독립을 되찾고야 말 것이다"는 외침은 가슴을 복받치게 하는 절절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땅의 참담한 상황이 자꾸 떠올랐다.
지금 눈앞의 현실이 안중근 의사가 그토록 원했던 독립된 조국의 모습이라면 얼마나 애통해할까. 성찰과 사죄대신 후안무치,적반하장이 횡행하는
이 시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온다. 이토록 어려운 현실에서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핀다. 민초들의 엄청난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공동체는 끝이 없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데 그저 방관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다시 영화 하얼빈을 떠올린다. 안중근 의사가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며 ‘꼬레아 우라’를 외친 것처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엄동설한 추위에 ‘인간 키세스’가 될 수 있을까.
하얼빈이 하나의 영화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래야 안중근 의사가 우리곁에 여여히 살아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어두운 밤, 매서운 추위의 겨울이지만 끝내 해는 떠오르고 봄은 오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