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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에겐 8그루의 나무가 있다
by
행복디자이너 김재은
Dec 24. 2024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살아있는 하루하루의 일상에 아쉬움과 허전함, 그리고 아득한 그리움까지 저만치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슴 위에 손을 얹고 토닥거린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가물가
물하지만 매일 아침산책과 명상, 그리고 풍경을 담은 사진촬영등을 하며 새로운 아침을 열고 있다.
살아있는 삶을 그대로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 새로운 아침을 여는 상큼한 시간이다.
거기에 하나 더, 지난 5월부터 옥수동 산책길에서 만나는 나무관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주 나무요일에 8그루의 나무의 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작은 습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8그루의 나무는 동인아파트 앞 느티나무, 달맞이공원 가는 길의 아카시아, 달맞이공원 전망대 서울숲 방향 느티나무, 전망대
동호대교 쪽 느티나무, 아파트 뒤편 소공원 단풍나무, 아파트 앞 목련과 자목련, 미타사 느티나무, 미타사 계단길의 참나무가 그것이다.
화사한 신록의 봄으로 시작해서 땡볕의 진록의 여름, 시나브로 물들어가는 가을을 거쳐,
모든 잎을 떨군 흰 눈 속의 겨울까지 그들을 바라보며 동행친구가 되었다.
나무들의 미세한 변화들을 통해 자연과 계절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구나를 그대로 느껴보고, 나무들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변화에도 깨어있는 시간이 되었다.
경이롭고 신기하고 살아 꿈틀거리는 변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다 보니 즐거움과 고마움이
한아름 밀려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다 떠오른 것은 8그루의 나무가 그냥 나무가 아니라 뭔가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삶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인생의 비밀 같은 것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해 보았다.
감사와 겸손, 너그러움과 용서, 살핌과 베풂, 내려놓음과 받아들임...
한 그루 한 그루에 이처럼 소중한 것들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생각해 보니 내 삶에 동반자처럼 함께 해온 것들이다. 아직 낯설고 온전히 품지 못한 것이 있긴 하지만.
나를 지키고 나를 견디게 하며 나에게 기쁨과 설렘을 준 든든한 응원군이었다.
그들과 매주 한 번씩 만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살가운 교류를 해왔으니 이보다 더 마음 뿌듯한
삶이 어디 있으랴.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내 판단과 생각에 앞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
그리고 기꺼이 그의 마음이 되는 용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피고 거기에 깨어있는 삶,
내가 가진 그 무엇도 기꺼이 즐겁게 나누는 삶,
나만의 생각, 탐욕과 아집을 내려놓아
온전한 자유를 얻는 것,
그리고 내 앞에 일어나는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누가 뭐라 해도 세월도 삶도 흘러간다.
강물이 흘러가듯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가듯이
모든 것은 흐른다.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한 해가 이렇게 흘러가고
새해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새해에는 자신을 지켜주는
나무 한 그루 키우고 가꿔보시라.
충무공에게 12척의 배가 남아있듯이
나에겐 8그루의 나무와 함께 하는 삶이 있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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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의 브런치입니다. 2005년부터 매주 월요일 '김재은의 행복한 월요편지'를 쓰고 있으며, 2014년부터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칼럼란에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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