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에 대한 로망은 통장잔고를 보는 순간 사라지곤하지
요즘 제 나이대 친구들과 있으면 등장하는 단골 멘트가 있는데요,
넌 자취 안 해?
친구들보면 자취를 진짜 많이 하더라고요. 각종 이유로 하는데...
지방에 본가가 있어서
서울 집이 있지만 출퇴근이 너무 멀어서
그냥 집이 지긋지긋해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결혼 전에 혼자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부모님과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열에 열 자취하는 친구들은 다 자취강추라고 해요. 뭐 저도 꿈꿔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본가에 살면서 좋은 점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어요.
출퇴근도 거리상 나쁘지 않고
부모님이랑 사이 좋고
속박 안 하시니 자유롭고
생활비도 아낄 수 있고
집안일 조금 도우면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끼니 걱정 안 해도 되고
잘 때 안 무섭고
근데.. 사실 요즘은 조금 자취를 ... 하고 싶은것 같기도 해요.
혼자 살면서 친구들이랑 매일 파티할 것도 아니지만, 뭔가 나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크게 두 순간에 강렬하게 느끼는데, 하나는 절대적 고요를 느끼고 싶을 때나 절대적 소음을 만들고 싶을 때..
작은 TV 소리도 온 신경을 건들이고 집안의 잡소리들과 잡향들에 인상이 찌뿌려질 때 ... 너무 크게 느껴요.
다른 한 순간은.. 부모님께서도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뭔가 하나라도 집안일 더 해야할 것 같고, 이제는 죄송해서 생활비라도 드리고 명절 때랑 생신 때 더 큰 것 좋은 것 해드려야할 것 같고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으니 주말에는 꼭 한끼라도 같이 좋은곳 가서 뭐라도 사드려야할 것 같고.. 이런 K-자녀 pressure가 생기더라요.
철저하게 혼자있고 싶다.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고 철절하게 고독해지고 싶다.
그 고독이 비싸도 고독해지고 싶다....
그래서 가끔씩 네이버 부동산을 켜보는데... 바로 닫아요...
아이쿠야... 자유가 너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