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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사에서 말하는 '핏'에 대해서

컬쳐핏: 뭔 컬쳐를 말하는 걸까? 일잘러만을 찾는게 아니다.

by 배우 다

회사마다 '핏'이 있어요.

면접 프로세스에서 컬쳐 핏 인터뷰를 본다거나 peer evaluation을 통해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와의 '궁합'을 확인하려고 하는데요


취준생때만해도, 불과 몇 개월 전 이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게 왜 이렇게 중요한것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일만 잘하면 되는거 아닌가.. 뭐 인성이 그렇게 파탄난 사람들은 어차피 스크리닝 다 될텐데... 뭔 핏' 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참 어렸죠.


현재 회사에서 일을하면서 깨달았어요.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정확히 있다는 것. 이게 허황된게 아니라는 것을요.


제가 일하던 A 회사에서는 get things done하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였어요.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너가 어떤 행동, 생각, 사고를 하던지 팀원들을 구워 삶든 협력사를 튀겨먹던 성과가 1순위였어요. 할일을 해내냐, 못 해내느냐를 가지고 평가를 했어요.

그러니 정말 회사에는 그 비슷한 사람들이 득실되었죠. 자기를 1순위로 알면서 최소한의 미덕을 지키며 가스라이팅을 하고 아랫사람들을 쪼아대면서 일하는 못난 어른들이. 이들이 일을 못하는 건 아니예요. 적극적이고 책임감은 또 어찌나 강한지 매일 울면서, 새벽까지 일하면서 어떻게든 아둥바둥 해내는 사람들이었죠.


이직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저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으로 일을 해나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매니저 피드백 세션때 이런 얘기를 전해들었어요. 다른 팀원분들이 'OO님이 무섭다고한다....'

처음에는 잘못들었나? 내가 소리를 지르기를 했나, 쪼아댔나.. 내가 뭘 했다고 무섭다고 하나 어처구니가 없었고 '뭐지 이 사람들...?' 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느끼냐고 물어봤더니 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음.. '아마도 질문도 많이 직설적으로 하시고, 업무도 빨리 정확히 하시고... 등'

그 땐 잘 이해 못 했어요. 내가 하는 질문에 답을 못하고 당황하면 상대방이 준비가 안 된것이지 왜 날 탓하나.. 라는 생각이 매우매우 지배적이었어요. 본인이 할 말을 적확하게 해내는것이 무서운건가?.. 참네..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이 생각을 바꿔준 계기가 있었는데요, 딱히 하나의 사건이라고 보이엔 어렵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1.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아직은 비밀인 3번째 글에서 소개시켜드릴 내용/ 아마도)에서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소통을 해야하는지 알려준 부분.


2. 회사 사람들에게 물들어 가면서인데요

>회사는 제가 가장 나쁜 사람같다는 느낌이 들게끔했어요. 항상 날이 서 있고, 뭔가 남이 재때 일을 해내는지 안 해내는지, 안 했을때는 A,b,c, 방식으로 해내게끔 만들어야지'라는 항상 나쁘게 말하면 계략 좋게 말하면 contingency plan (대비책)이 갖춰진 상태였어요. 나는 실수를 하면 안되고 완벽해야하고 제때 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니까.


>근데, 제가 요청한 데이터를 전달해주시기로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전달을 주시면서 '더 빨리 못드려서 죄송하다고'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마음이 그냥 사르르 녹더라고요. 본인 잘못이다. 너무 미안하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구요.


> 비슷한 사건이 있는데, 타 팀에 협업을 요청을 하면 정말 10분 내로 구구절절 도움을 주시기 위해서 필요한건 말해라. 자료 다 넘겨주겠다.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연락해봐라. 다 알려주시는거예요... 마치 자기일처럼

'뭐지, 이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은...'이럴 새도 없이 저도 점점 물들어 갓나봐요.


>실수에 대한 용인. 누구도 남 탓을 하지 않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보면 책임감이 다소 분산이 되고 팀 공동으로 일을 진행을 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 행동과 결과에 대해서 배운게 있다면 되게 되게 관대해요. 이 공간에서는 뭐든지 마음 편히 실수해도 된다는 안정감을 줘요.


이렇게 저도 서서히 물들어갔나봐요. 저도 바뀌더라고요. 예전 회사 물을 빼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지금의 제 모습이 더 좋아요! 훨씬 :) 팀원분들 모두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3. 존경하는 어른이 '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해나간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거의 C-level 급으로 제가 좋아하는 어른이 계신데, 본인이 성장하기 위해하는 노력에 대한 질문에 '저는 함게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라는 말을 듣곤 굉장히 반성했어요.

전 제가 제일 잘났고 다른 사람들이 절 평가하는게 매우 불편했던 사람이었어요. 제시가 그랬던것처럼 '네가 뭔데 날 평가해' 마인드였는데 이 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프다는 목표가 새로 생겼어요.



4. 대표님의 말씀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 현 회사에 문화가 너무 좋다는 말을 했어요. 위에 나열된 내용을 더 짧게 줄여서..이 전 회사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다고 하며..

대표님께서 나지막히 한 마디를 하시는데 "우린 다 성숙한 어른이니까 그렇게 일을 할 필요가 없죠"

이 문장이 제겐 너무나 충격적이여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이전 회사에선 왜 그랬을까요?


그게 전 문화, 컬쳐, 핏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누군가 못 박아서 말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이 띄는 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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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봉 통보가 아닌 협상을 해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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