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통보 vs. 연봉 협상
보통은 연봉 통보를 받는다고하죠.. 그래서 연초 때마다 블라인드에 가보면 연.협이 아니라 연.통이라고 불리곤하던데
어.. 저도 처음으로 연봉 협상을 해보았어요.
회사는 두 군데 다녔는데, 사실 첫 회사에서는 연봉 상승률이 미쳤어서 협상이 별로 필요치 않았어요. 한 번도 협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요,
IT 스타텁으로 온 후 첫 연봉 인상이었는데 대기업과 IT 다니는 친구들이 한탄스럽게 연말마다 내뱉던 그 한 자리수 수치.. 저랑 하나도 관계가 없는 얘기겟구나.. 하면 흘러보낸 그런 숫자였어요.
실화인가...
실연을 당한 사람이 '부정' -> '분노' -> '슬픔' -> '인정' 뭐 이런 단계를 거친다고 하잖아요.
정확하게 동일한 프로세스로 감정들이 하나씩 몰려오더라고요. ㅎㅎㅎㅎ 허허...
제 오퍼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인플레이션이 21년 한 해 7%였다고 해요. 그 수준을 못 미쳤고 대신해서 스톡옵션을 그래도 감사히 주셨더라구요. 그치만 저는 정말 저 숫자를 한 해동안 더 받고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열심히 일을 하다가 연봉 제안서를 받고는 일이 손에 안 잡혔어요.
긴급소집을 했죠 동기들을.. 각기 연차와 상황이 너무 달라서 딱히 숫자를 까놓게 얘기를 할 수 없었지만 저는 그냥 누구한테라도 털어놨어야 했어요. 얘기를 하다보니 심지어 스톡을 전직원들에게 준것도 아니란 걸 깨닫고.. 아.. 그냥 묻고 넘겨야하나.. 그래도 나를 좋게봐주셨구나'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스타텁에 일하는 지인들, 모회사에서 C-level로 일하고 계신 선배님들에게 모두 수소문을 해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결국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이렇다고
근데!
한 분께서는 다른 말씀을 해주셨어요.
"OO아~ (제 이름) 자고로 연봉이란것이 시장에서의 제 몸 값이고 제가 모티베이션을 느낄 수 있는 수치여야하는데 둘 중 하나도 만족을 못 시키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너가 해낸 일과 앞으로 해낼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여 연봉 인상률(%)이 책정이 되어야하는데 너가 느끼기에 둘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 한다면 무조건 말을 해봐야한다"
정말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 분이 안 계셨으면 전 정말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는 척하며 한 마디도 못 하고 열심히 부업을 알아봤을거예요. 정말로...
이 얘기를 듣고도 심지어 바로 행동에 옮기지도 못 했어요.
제가 현 회사에 조인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회사가 나에 대해서 평가를 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스톡도 줬고, 말했다가 안 되면 나만 그냥 괜히 돈 밝히는 애로 미운털 박히는 것이고.......... 온갖 이유를 대며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했어요.
근데,
도저히 일을 하기가 싫은거예요. 일년 동안 저 연봉을 받으며 일을 하면서 말을 못한 제 자신을 혐오할 생각을 하니 용기났고 바로 사수분께 말씀을 드렸고 미팅을 한 차례했어요.
사수분께서 너무 잘 들어주셨고 합리적이지 않은 수치라고 느꼈다면 경영진과의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이 모든 것이 그냥 불과 1시간 이내에 일사천리로 이뤄졌어요.
너무너무 마음이 불편하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스크립트 쓰면서 단순히 징징 떼쓰는게 아니라 명확하게 제 할 말을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겸손하고, 간결하고,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톤으로
제가 여태것 한 일들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준비해갔고
현 오퍼로는 모티베이션이 되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고,
그런 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는 메세지 트렉이었어요.
실제로 제가 경영진분과 나눈 얘기 일부를 발췌해왔는데
연봉 인상은 2022년 한 해 앞으로 제가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보상안인데 그것 대비해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것 같고, 사실 제안을 받고 동기부여가 소실되었다. 저는 회사가 너무 좋고 제 120% 발휘하여 회사의 성장에 기여를 하고싶은데 그런 환경이 조성이 되지 않은것 같아서 논의를 해보고 싶었다.
다행히도 정말 감사하게도
제 성과를 인정을 해주시고 연봉 협상에 성공을 했어요. 회사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일( 루머일 가능성이 다문) 이라고는 하던데 동기들이... :)
다음날에 일하는게 그렇게 신나고 재밌더라구요.
추가 tip)
제 성과에 대한 정리 (수치적인 증빙이 있으면 best)
생각해본 상승률 ( 얼마를 생각하고 있었냐?에 대한 대비) --> 실제로 물어보셨다!!!
스톡으로 보상을 준것이다'라고 하실때를 대비한 답변 준비
만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까' 도 생각을 해갔어요.
혹시나 연봉 협상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셨으면~하는 마음입니다 :)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 예고)
4편. 애매하게 똑똑한 사람이 있다.
5편. 이 회사에서 배운 것들 : 1) OOO가 얼마나되죠? 2) OO목표에 대한 헌신
6편. 읽기 아까운 책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