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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내 인생 첫 실패 경험

by 배우 다

아홉수다.


이건 명백한 아홉수다.


올해 나에게 모든 악운이란 악운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심지어 올해가 다 가려면 멀었다.


- 장례

- 승진에서 미끄러졌다.

- 코로나 3년 버티다가 걸려버렸다

- 연이은 인연 만남 실패와 ( +정말 미친 도라이 x 과의 소개팅도 ㅋㅋ이건 컬투 사연감)

- 이직한 회사에서 재미 부재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자. 감사의 일기로 다시 적어보자.

- 가족의 회복.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더욱더 끈끈해진 우리 가족이다.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매 순간 더욱 감사하며 살고 있다.


- 승진에서 미끄러졌다.

그 이유는 나에게 있었다. 명백한 '나' 이기주의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직을 해치는 공격성과 목적 달성 의식이 낳은 나는 '회낳괴'였다. 회사가 낳은 성과주의적 괴물.

내가 이전 회사에서 나랑 똑같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더 일을 했다면.... 함께 일하는 법. 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절대로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안다. 내 인생에서 이는 너무나 소중한 레슨이고 I make it happen 보다 이제는 we make it happen을 지향점으로 삼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또한 감사하다. 커리어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람을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야 하고 왜 내 주위에 사람들을 다 경쟁자로 삼는지... 가끔 느끼던 나에 대한 씁쓸한 이면을 누군가 꼭 집어 알려준 것이다. 변해야 한다. 철저하게 느끼고 고통스러워하고 변해야 한다.

가족과의 불화는 나는 항상 상대의 고집스러움과 변덕으로 치부해버렸다. 항상 내가 더 큰 사람이고 내가 봐주고 참고 넘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항상 그렇게 날카롭게 말을 하느냐에 대한 피드백이 그저 하나의 투정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했고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밖에서 새는 바가지 정말 안에서도 줄줄 새고 있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에. 모든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감은 해줄 수 있다 는 이 말을 실천에 옮기고 사람을 평가하고 나보다 못 한 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저 사람에 대해서 뭘 더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관용적인 마음. 여유로움을 갖춰야 한다.

나는 이 계기로 '마늘'과 '쑥'을 먹는 마음으로 바뀔 것이다. 100일 후에 내가 어떤 재평가를 받을지 기대된다. 바뀌고 싶다.



- 코로나 때 많이 아프지 않았다.

나는 무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3년 동안 모든 변이란 변이가 다 빗겨 나갔으니... ㅎㅎ 아니었다. 일주일 격리를 하면서 격리가 싫지 않았다. 헬스장으로 억지로 나를 욱여넣어 채찍질하지 않을 좋은 핑계가 생겼고 너무나도 한량으로 보일까 다소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의 의례적인 약속들도 취소할 수 있었고.

책을 많이 읽었다. 소설책을. 왜 소설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브런치 글로 써봐야겠다. '공감'하고 싶어서다.


-연이은 만남의 실패

올해도 꽤 소개팅을 했었다. 왜 연애를 하고 싶은가.. 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지만 그저 소개팅을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고 나도 뭔가 내 짝을 찾는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나에 대한 예의로 했다. 역시나... 뭔가 잘 안 된다. 어렵다.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달까..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인생에 둘도 없는 친구가 정말 어느 날 술을 마시고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너는 네가 너무 잘났다'. 이게 무슨 말일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고 내가 인생에 1순위여서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도 눈에 차지도 않는다.. 그리고 너보다 훨씬 잘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존재...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그걸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면서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어떡하죠?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인가?

지독한 사랑 해보고 싶다.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랑...



- 회사에서 잘 버티고 있다.

재미있지는 않다. 솔직히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는지 뭘 내가 더 할 수 있는지 해보고 싶은 것은 있는 걸까?

다음이 그려지지 않지만 잘 버티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그저 힘을 조금 빼고 관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거의 1년을 너무나도 빠르게 달려왔고. 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갈아타야 할까? 모르겠다.

오늘도 고민을 글로만 마음 속으로만 한다.


- 취미 수업에 다시 재미를 찾고 있다. (그리고 꽤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배우는 비밀 취미가 있는데.. 가족과 정말 친한 친구들만 아는 나의 취미다. 이걸 업으로 삼아도 너무 재밌고 행복할 것만 같은... 학원비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술 안 마시고 유흥비 쇼핑비에 쓸 돈 신기한 경험 한다고,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재밌다! 나 그리고 좀 하는 것 같다. 다들 좀 하지만 :) 난 재밌고 즐긴다!

또 며칠 후 몇 달 후.. 도대체 나는 일도 취미도 뭐 한 가지에도 집중 못 하는 것 같다..라는 글을 또 적을 수도 있다. :)


-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aka. 교수님) 나에게 인생이 어떠한 것을 가르쳐주려나보다. 이런 행운이.. 천운이다.

인연은 우연히 다가온다. 인연은 인연인 줄 모르고 그저 안부를 묻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가온다. 매일 울 couch potato를 위해 초봉헌을 해주시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 기도해주시는... 우리 교수님..

천운이다. 이 분은 내 인생의 의인일 것 같다. 우리의 우정을 어떻게 망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을까 :)




이런 글까지 써도 되는걸까.. 짧은 고민을 하며 발행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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