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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ul 24. 2020

팀장님도 직장인이란 걸 알게 된 하루  

당신이라면 팀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무게감을 견딜 수 있나요?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나는 어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를 받을 때 긴장한 탓인지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피곤했다. 비까지 내리니 충동적으로 연차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오늘만 이기면 주말이다 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아침에 가기 싫었던 마음을 이기고 나니 금요일의 업무가 한결 편안해졌다. 오늘만 보내고 나면 꿈만 같은 주말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금요일 오후에 팀 회의가 있었다. 아마 팀장님은 어제 두 번의 중요한 미팅이 있었기에 그에 관한 팀 회의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우리 팀에 처음 오신 팀장님은 비록 업무에 관련한 경험은 적으셨지만, 그래도 앞을 보고 열심히 하시려는 모습과 과거에 비교했을 때 팀원들이 그래도 이야기하면 들어주시는 모습에 나는 살짝 감동을 했었다. 역시, 사람은 노력을 하고 보는 거구나. 하고 나는 한 사람을 또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팀 회의에서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사실 그렇게까지 감정적이어야 하는 일은 아니었는데, 목요일까지의 업무가 다들 너무 노곤했던 걸까? 어제 건강검진을 받느라 하루 쉬고 온 나에 비교했을 때 팀원들은 다소 민감하고 지쳐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 팀 회의의 목적은 결국, 잘 하자. 같이 한 번 열심히 해보자.인데 어째서 서로 마음이 다치게 된 걸까. 직장 생활이란 감정을 빼고 업무만 해야 하는 개미가 돼야 한다 싶다가도, 내 안의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보고 있노라면 작아지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는 것이다.



오늘 회의에서는 팀장님과 대리님 2명의 의견에 차이가 있었다.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팀의 구조에서는 팀장님이 지시를 내리고 팀원들이 그것을 따라가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우리 회사에 처음 만들어진 팀이었고, 새로운 프로젝트와 업무를 만들어가야 하는 팀이었기에 팀장님과 팀원들 사이 의견이 다른 경우가 더러 있었긴 했다.



처음에는 다소 팀장님의 말씀이나 의견들이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이 그런 고충을 조심스레 이야기했을 때 당황을 하시다가도 조금씩 수용해가는 모습에 나는 사실 감동받았었다. 어쨌든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수용한거니까. 그리고 나는 우리 팀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사이에서 조금씩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이해했다. 우리가 다들 열심히 일하려는 직장인이라면 서로 좀 더 보듬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팀장님은 A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 대리님 2명은 B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나는 대화의 중심에 있진 않았고 지켜보는 관찰자였기 때문에 좀 더 멀찍이서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내가 봤을 땐 A도 중요하고, B도 중요하면, A, B 같이 끌고 가면 좋겠는데 어떤 이유에서 대화에 잡음이 생기는 걸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막내인 내가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앞에 계신 과장님을 쳐다봤지만, 과장님도 나와 같이 상황을 파악하면서도 끼어들 타이밍을 못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과장님이 나서서 상황을 조금 정리해주기를 바랐지만, 사람 성향 상 그럴 수 없는 사람을 보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대리님 2명과 팀장님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렇게 팀장님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회의는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다. 팀장님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던 대리님 한 분도 기분이 영 나 빠보이시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팀장님은 우리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말씀을 하시더니 대리님도 자리를 떠나셨다.



나는 어느 조직이나 그룹에 있을 때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같은 경우에는 어른들의 감정적인 대화에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는 사실 팀장님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감정적으로 다소 볼륨이 커진 대화에 끼지 못했고, 내가 그런 힘이 있지는 않고, 대리님 두 분의 리액션을 감당할 자신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팀장님도 결국 직장인 중 한 명인데...라는 생각에 닿게 된 것이다. 사실 그 전에도 팀장님을 볼 때면 임신도 하셨는 데다가, 회의도 너무 많고, 중요한 업무에 다 끼어있고, 우리 팀 R&R, 우리 팀 프로젝트, 임원진분들 사이에서의 압박, 사장님의 지시 사항,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마음이 쉽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팀장님도 일을 잘하고 싶은 직장인인데 하는 생각에 오늘 일이 아쉬웠다. 상황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심각한 결과는 아니었다. 회의가 그렇게 끝나긴 했지만 분명 또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하루에 불과했다고 생각하실 분들이었다.



가끔 당사자가 되어 상황에 몰입하게 되면, 그 상황에 너무나 빠져있는 나머지 주변 상황이나 외부를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다. 최근에 난 어떤 일을 겪으면서 너무 상황에 몰입하는 것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 일도 상황에 몰입했던 세 분의 마찰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을 잘하기 위해서이기는 했지만.



결국 나는 그런 대화의 흐름을 중지하거나,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거나, 살짝 비껴가거나, 유머로 승화시키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지 못하여 그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이 자리를 떠나시고 남은 분들 사이에서 팀장님의 상황이나 마음을 아주 살짝 추측하여 대변하기는 했다. 서로 다른 포인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 같다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 남아있는 두 분의 감정도 씻어내려 지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괜한 말을 했나 싶기도 했다.



결국 내가 생각한 것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팀원들의 마음을 살짝 누그러뜨려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자리에 있는 과자 박스를 열어 내 최애 과자인 오예스와 쌀과자를 나누어드렸다. 당을 충전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게 막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보다 더 감정이나 그런 흐름들을 많이 겪으셨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프로들이시긴 하지만 말이다. 그냥 그 잠깐의 감정이라도 같은 직장인으로서 마찰이 덜했으면 하는 나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과자를 나누어 드리고, 팀장님께는 특별히 당 충전하시라는 말도 더했다. 과연 내 마음이 전해졌을까? 팀원들에게도 내 마음이 전해졌을까? 싶었다. 어쨌든 오늘은 다행히도 금요일이니까 모두 집에 돌아가셔서 가족들과 지인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출근하셨으면 싶다. 물론 내 기우와는 별개로 잘하시겠지만. 부디 다음에는 우리는 팀이고 열심히 일 하려는 직장인이니까 같은 목적지를 보고 있음을 공유하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다들 직장인인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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