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71분이나 계신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일이 바쁜 시기가 찾아와서 브런치에 차마 글을 올릴 여유가 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글을 자주 쓸지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주말이 끝나기 전 요즘 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해 올려봅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인생에는 생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나는 1개월 반이 지나면 한국에서 말하는 30대를 맞이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생의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초/분/시간 그리고 매일이 쌓여 내 28년의 짧고도 긴 인생을 만들었다. 그런 내가 조금 다르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나라는 사람은 나라는 사람의 생각밖에 보지 못하는 구나를 깨닫게 되면서부터였다.
내가 맞아. 내가 옳아. 저 사람은 틀려. 이렇게 알게 모르게 내가 생각해왔던 회로들은 나를 끝없이 괴롭히기도, 바닥을 사뿐히 밟게 만들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은 내가 30대를 맞이하면서부터는 좀 더 포근하게, 여유롭게, 편안하게 인생을 살고 싶고,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존에 내가 고수해왔던 생각의 프레임을 조금씩 다르게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것들이 초/분/시간 그리고 매일 겹겹이 쌓이다 보니 예전의 나보다는 좀 더 여유로워지고, 가벼워진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나온 내 20대는 치열하고, 경쟁적이고 욕심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정신적으로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나를 보며, 나는 변덕이 심하고 감정의 오르내림이 있구나.라고 좋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를 때,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인생에 서 갑자기 나올 때 분노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생각을 바꾸기로 하면서, 그리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유연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다. 이를 테면 이런 나도 인정하고, 저런 나도 받아들이는 형식이다.
어느 책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은 입체적이라는 문장을 읽었다. 그 후로 나를 조금 더 받아들이게 됐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를 수 있고, 방금의 내 마음과 지금의 내 마음, 그리고 내일의 내 마음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더 이상 그런 것에 자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냥 여러 가지의 내 마음과 감정은 으레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이 입체감 있는 나를 형성한다는 유연한 생각을 체화시켰다.
회사를 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그만두고 싶다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정해진 회사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 그리고 그런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애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관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것은 전과는 다른 유연한 관점이었다.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사람은 모두 눈을 감게 되고, 이 사람과의 시간, 이 장소에서의 시간. 그런 것들은 영원하지 않고 끝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하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언젠가 끝이 날 이 장소에서의 시간. 그리고 미래에 되돌아봤을 때 추억하게될 지금의 시간들을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나의 욕심과 여러 가지 번뇌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저 나는 지금의 충실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저 함께 살아가고, 일하고, 그런 것들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나를 바라보는 생각과 감정,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 그리고 내가 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점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내 마음이 전보다 덜 요동치고, 보다 먼 시각에서 지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언제부터 정확히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는 노력, 여러 권의 독서, 생각이 깨인 여러 사람들의 말, 영상을 보고 조금씩 겹겹이 쌓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모든 사람들, 책, 시간, 장소, 그리고 과거에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