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를 나는 어떻게 대할까?
대학생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했던 것 같은데 사회에 나와서 보니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적다고 느낀다. 취업 전까지는 시험, 입시, 취업 같은 것들이 대단한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나름 고민도 했던 것 같은데 사회가 더 크고 경쟁이 심한 장이었다.
내가 느낀 학생 이후 사회인의 삶은 학생 때의 경쟁보다는 더 범위가 큰 생존을 위한 삶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때로는 멀리 있으면서 때로는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친절함을 베푸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노력이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한 번 마주치고 보지 않을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강남 한방 병원에 종종 가는데,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이 자리에 서서 환자인 나를 맞이해주신다. 차트를 확인하고 내 이름을 굳이 불러주면서 "oo님~ 어서 오세요~ 좀 괜찮으셨어요?" 하신다. 나는 그런 의사 선생님을 처음 봤다.
인사까지는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자리에 서서 인사해주시는 선생님은 난생처음 봤다. 그리고 매번 문을 나설 때도 문 앞까지 오셔서 이따 침 맞을 때 보자고 배웅해주신다.
물론 매뉴얼화된 병원의 지침일 수도 있고, 그 선생님만의 환자를 대하는 방식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밝게 인사하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나도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선생님은 그로 인해 더 친절한 고객들을 받게 되고, 그 선생님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생겨서 병원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향력은 곧 기회와 돈을 의미하니 아마 본인이 그리는 꿈을 더 이른 시기에 맞이할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꿈을 이루셨지만 인간은 현재보다 더 좋은 걸 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적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예약을 해도 항상 기다린다. 그 선생님 좌우로 다른 선생님들 진료실도 있는데 나를 담당해주시는 선생님 예약 줄이 제일 길다. 항상 제시간에 가도 내 앞에 3명은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은 침을 놓아주실 때도 아프진 않냐, 좀 괜찮냐 물으며 확인하신다. 그리고 침 다 놓고 헤어질 때는 "남은 한 주도 잘 보내고 오세요~" 하신다.
뭔가 매뉴얼화돼있기는 해서 어쩔 땐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특정 다수에게 한결같은 친절을 베푸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 선생님은 앞으로도 더 잘 되실 것 같다. 진료받고 침 맞는 시간은 짧지만 갈 때마다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침 맞을 때 엎드려있어서 말하기 힘든데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말하기 힘드니 풍선 빠진 염소 소리가 난다.
한결같고, 일상에서 노력하고, 다정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번에는 엄지발가락이 좀 휘는 것 같다고 작은 신발 신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so 따스,,) 진료받는 부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감사했다.
나도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과 다정을 더 베풀고 주는 사람, 기버가 되고 싶다. 좀 더 노력해야겠다. 다 낫게 되면 뭐라도 드리고 싶다. 근데 이게 나만 그런 마음일까?
진료비도 비싸고 강남 중년 분들이 많이 오시는 곳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받을 기회는 더 많을 것이다.
아무튼 치료 끝나면 작은 거라도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