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해내며 삽니다. 단순한 목표는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쉽게 해내지만 일을 끝내기까지의 과정이 길고, 지루하고, 어려운 일들은 왠지 모르게 오늘 말고 내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미뤄봐야 나 대신 귀찮은 일을 해주는 사람은 없고, 우리에게는 어김없이 마감시한이 다가옵니다. 스트레스만 받다 시간만 낭비하고, 결과물은 그리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후회와 자책. 일을 미루는 습관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반복되게 만듭니다.
1920년대의 어느 날,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오스트리아 빈의 한 식당에서 앉아 종업원들을 관찰했습니다. 식당 안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고객들의 주문을 매우 효율적으로 기억했고, 실수 없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준 후 고객의 주문은 빠르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자이가르닉은 사람들에게 간단한 과업을 수행하게 해 놓고 때때로 방해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이 어떤 과업을 기억하고 어떤 과업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질문했는데요. 그 결과 중간에 방해받았던 이들은 그 순간에 하고 있던 일을 기억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이가르닉은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한 일은 그 일이 끝날 때까지 뇌에서 계속 기억하게 되는 긴장 수준을 조성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가장 잘 이용하는 영역이 바로 드라마입니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기 직전에 드라마를 빠르게 종결하고, 시청자를 애태웁니다. 이야기가 완벽하게 끝을 맺지 못했으니 시청자들은 다음 회차를 꼭 봐야 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자를 발표하는 순간 광고를 넣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화가 나지만 광고를 봐야 우승자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해야 할 일이 있지만 계속 미루면 끝내지 못했다는 찝찝함이 마음에 남고, 그 일을 끝낼 때까지 다른 일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뇌에 긴장을 조성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며 수면에 나쁜 영향을 미쳐 피곤함을 느낍니다. 매번 미루는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며.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제가 라운드 숄더가 심하고 일자목이라 어깨가 많이 아픈데요. 매일 헬스장 가는 것을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매일 운동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세수하기 전 어깨 운동 딱 20개만 하기로 했습니다.
세수는 매일 하는 것이니 거기에 하기 싫은 운동 하나를 연결했더니 어깨 통증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고 편안해졌습니다. 제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행동 중 하나가 운동인데 아픈데도 운동을 미루는 제 자신을 한심해하기보다는 미루지 않고 작은 실행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결국 몸도 마음도 튼튼해졌습니다.
일을 미루는 습관이 나쁜 이유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뇌를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별 것 아닌 아주 사소한 일이라면 빨리 끝내고 잊어버리면 하루 종일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습니다. 미루는 것을 반복하면 더 큰돈과 시간이 듭니다. 작은 실행을 해내는 날이 많아질수록 결국 끝을 보는 나, 해내는 나를 만나게 될 겁니다.
귀찮지만 해서 좋은 일은 미루지 마세요.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면서 결국 해내는 방법을 찾아내 보세요. 오늘도 수많은 소음들 속에서도 해야 하는 일을 미루지 말고 하나씩 해내는 멋진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