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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Oct 13. 2023

역지사지, 직접 뛰어보니 엄청 힘들구나

아들과 단 둘이 개인훈련



주말만 되면 아들은 오늘은 어디서 뭐 하고 놀지를 고민한다. 같은 구단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멀리 살아서 만나기 어렵고, 학교 친구들 중에는 축구 선수가 꿈인 친구가 없다. 주말에 운동은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은 없고, 아파트 풋살장은 단순히 공 차고 노는 게 즐거운 아이들로 가득하다. 훈련이나 레슨에서 배운 것을 집중해서 복습할 공간과 동료가 없어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 청소년들이 편하게 뛰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없긴 하다. 아파트 풋살장은 시끄럽게 논다고 민원을 넣는 입주민이 있어 눈치 보이고, 놀이터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꼬맹이들이 많아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한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위험하게 논다며 종종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들은 주말에 친구들과 놀려면 쾌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점심 먹고 만나 롤러장에 가고, 분식이나 간식을 사 먹으면 2만 원 이상이 훌쩍 깨진다. 풋살장을 빌려 친구들과 놀 때에도 대관비, 음료수비, 간식비가 들어간다. 어딜 가도 돈을 써야 놀 수 있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9월 30일, 추석 연휴라 친정까지 장거리 운전을 하고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함께 훈련할 친구를 섭외하지 못했지만 혼자라도 개인 훈련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 내에 비교적 사람이 없는 풋살장을 2시간 대관했다. 개인 훈련을 위한 풋살장 대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간당 1만 원이다. 시 체육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사설 풋살장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점심을 먹고 공과 풋살화를 챙겨 기대반 설렘반으로 출발했다.



보통 축구선수가 꿈인 아들과 함께 운동해 주는 쪽은 아빠다. 군대 다녀오면 태권도와 축구는 기본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남편은 예외. 우리 집 아들 운동 서포터는 내가 한다. 남편은 축구를 아예 못하고, 선수가 꿈인 아들은 그런 아빠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지 않는다. 못하고 어리숙해도 엄마랑 함께 다니는 게 더 편하다고 하니 남편은 집에서 딸을 담당하는 것이 상부상조하는 방법.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린다. 다행히 차에 우산이 있다. 잠깐 기다리니 비가 멈춘다. 해는 쨍하지 않아 오히려 좋다. 안 그래도 기미가 잘 올라오고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게는 바깥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2시간 동안 아들이 찬 공을 던져주고, 필요하면 패스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더운 것보다는 100배 낫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 복습이 중요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훈련, 레슨, 연습경기 때 지도받았던 것을 몸으로 익히고 체화를 해야 발전이 있다. 지금까지는 운동량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주말엔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아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판단해서 혼자 하는 개인 훈련은 푸시하지 않았었다만 6학년이 되면 진학에 신경 써야 한다. 개인 훈련과 복습, 통증 있는 부위의 재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주로 신던 풋살화가 빵구가 가서 새 풋살화를 사줬더니 행복해한다. 원래 신던 모델을 색깔만 바꿔 다시 샀다. 본인 용돈으로 구매한 풋살화 테스트도 해보고, 조용한 곳에서 부족한 부분을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 너무 행복해한다.



2시간 동안 아들은 열심히 연습했다. 처음 해보는 개인 연습이라 공 하나 달랑 가지고 왔으니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공을 주으러 다니는 건 내 몫이다. 축알못 엄마는 아들이 주문한 대로 발, 무릎, 가슴, 머리에 공을 던져주고 아들과 함께 1:1 대결도 했다. 나 역시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어 공 하나 몰고 가는 게 뭐 그리 어렵겠나 생각했는데 5분 뛰고 깨달았다. 그냥 뛰는 것과 드리블을 하며 뛰는 것, 거기에 수비수를 재끼고 우리 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살펴야 하는 축구는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힘든 운동이라는 걸 제대로 느꼈다. 구장 끝에서 끝까지 재미 삼아 혼자 딱 2번 드리블하고 갔는데 심장은 터질 것 같았고 체력은 금방 소진됐다.


남들 뛰는 걸 보는 것은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 직접 뛰어보면 축구 선수들에게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왜 열심히 안 하냐,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훈수 두지 않기로 했다. 대회든 연습경기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을 것이다. 전후반 40분을 쉬지 않고 뛰는 아들에게 엄마인 내가 해야 될 말은 없다. 그저 잘 끝냈고 수고했다는 말이면 충분하다.


역시 사지 (易地思之 )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


아들이 엄마의 고충을 다 알기 힘들 듯, 나 역시도 아들의 고충을 다 알 수 없다. 이제 겨우 12살인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고 큰 기대를 걸어 어깨를 무겁게 만들지 않아야겠다. 아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주고, 문제해결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순간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아들의 퍼포먼스는 아들의 몫, 엄마는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꿈과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알아가려는 노력. 유소년 축구선수 엄마가 가져야 따뜻한 마음가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들의 노력이 빛이 날 그 순간을 기대하며 역지사지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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