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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Oct 16. 2023

10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2023 인천공항공사 사장배  인천 유소년 축구대회 (U12)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니기 애매한 날씨. 그 뜨거웠던 여름이 다 지났다. 초록했던 잔디가 노르스름해졌다.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낙엽들을 보니 올 한 해도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구나 실감이 난다. 높아진 것 같은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확 펴진다. 유니폼을 입고 축구화를 신은 아이들, 그 사이사이를 바삐 오가는 학부모들을 요리조리 피해 관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들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이다.


일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바쁘게 채비해 송도로 출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배 2023 인천 유소년 축구대회의 첫날이고 오후 1시부터 아들이 뛰는 구단의 6학년 형들 경기가 있다. 아들은 5학년이지만 6학년 인원수가 부족해 교체 선수로 뛸 수도 있으니 6학년 경기가 있는 날에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집에서 송도까지는 편도 50KM. 왕복 100KM다. 가는데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차가 밀릴 것을 대비해 집결 시간 2시간 전에 여유로운 출발을 한다. 출발 전에 편의점에 들러 아들 먹거리와 내 피곤을 깨우는 커피도 산다. 지역 내에 있는 클럽을 다닐 때는 지하철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되니 데려다줄 필요도 없고, 데리고 올 필요도 없었는데 인천에 있는 구단으로 소속을 옮기면서 모든 연습경기, 모든 리그와 대회들이 다 인천이다. 아들도 나도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번 대회의 대진표다. 7개 조, 총 28개의 팀이 나왔다. 큰 도시라 클럽도 많고 대회도 크게 열린다. 이번 대회는 U10 (초등 4학년), U12 (초등 6학년)만 열린다. U11(초등 5학년)은 11월 대회에 참가한다. 4개 팀에 1조이고 조 1,2위로 올라가야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아들의 팀은 F조다. 인유 서구는 작년 대회에서 단체상 3위에 입상했다. 부평초, 남동구청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대진운이 참 없다. 쓱 살펴보면 좀 수월한 조도 있다만 첫 번째 경기의 첫 상대가 하필 인유 서구다. 축알못 엄마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팀만큼 잘하는 팀 중 하나가 인유 서구팀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해 보자면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선수단은 총 5개로 구분되는데 프로팀(성인), U18(고등), U15(중등), U12(초등)는 프로산하 유소년팀이고 그 아래에 있는 아카데미는 총 10개다. 인유 서구는 아카데미이고 사설 축구클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뛰며 구단에서 열리는 행사에 함께 참여하며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과 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뛰는 것도 아닌데 늘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저 멀리에 있는 아들의 모습을 확인해 보니 선발로 뛰지는 않나 보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형들과 친구들이 뛰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8명 중 5명은 6학년, 3명은 5학년이 뛴다. 상대팀은 모두 다 6학년인 것 같다. 워낙 잘하는 팀이라 져도 괜찮으니 너무 큰 점수차이가 나지 않길 간절히 기도했다.


전반 시작 약 10분 만에 상대팀에서 첫 골을 넣었다. 개인기도 좋은 친구들인데 초반부터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친다. 초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아이들. 장난이 없다. 배운 대로 훈련한 대로 착착 진행되면 좋겠지만 어디 공이 내 맘대로 움직이나. 서로 주고받고, 뺏고 빼앗는 과정이 계속된 후 전반이 종료되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이어진 후반전. 응원을 온 학부모들의 열기도 대단하다. 송도까지 와서 고생해서 뛰는데 기왕이면 이기고 가면 좋지 않겠는가. 내 마음과 다르지 않겠지 싶다. 어느 팀이든 상관없이 멋진 공격과 멋진 수비를 보여주는 아이들에게 함성과 박수를 보낸다. 상대팀 골이 터졌을 땐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형들의 멋진 슛을 볼 때면 내 아들의 6학년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내년이면 저런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겠지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후반 15분이 지나고 아들이 교체 선수로 뛸 준비를 한다. 형들 경기라 못 뛸 수도 있겠다 항상 마음 내려놓고 가는 편이라 선발이든 아니든 크게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아들보다 잘 뛰는 5학년 친구들은 형들 경기라도 전후반을 다 뛰지만 그런 걸 부러워해 본 적은 없다. 물론 형들 경기에 투입돼서 뛰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실력도 빠르게 는다. 하지만 경기를 뛰고 안 뛰고를 결정하는 건 감독님과 코치님의 재량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내려놓고 아들의 팀이 부상 없이 멋지게 경기하면 그걸로 만족이다.



경기 종료까지는 10분 정도가 남았다. 포지션은 왼쪽 센터백. 짧은 시간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축구도 정신 줄 놓으면 짧은 찰나에도 여러 골이 터진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교체 선수로 들어가는 거라 빠르게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이 더 급할 수도 있겠다 싶다. 몇 번의 공터치가 있었고 그 마저도 실수를 한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하다. 입을 꾹 다물고 그냥 묵묵히 봐야 하는데 속에서 불덩이 하나가 훅 떨어진다. 기왕 뛰는 거 실수 없이 잘하면 좋으련만 안타깝다. 마음 졸이는 사이에 10분이 휙 지나갔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는 0:3 패.


경기가 끝나고 집을 챙겨 구장을 빠져나오는 아이들의 어깨가 축 처져있다. 좀 속상한 말이지만 축구하는 3년 내내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를 훨씬 더 많이 봐와서 큰 기대가 없다. 이기면 좋겠지만 졌다고 해서 왜 그것밖에 못하냐며 뼈 아픈 말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기를 직접 뛴 아이들의 마음이 엄마 마음과 같을까. 실력차이가 나든 말든 지는 건 싫고, 비기면 아쉽고, 이기면 기쁜 법. 힘없이 나오는 아들 가방을 들어주고 총무 엄마가 챙겨주는 간식을 먹으며 주차장까지 말없이 함께 걸어갔다.


차에 타자마자 조잘거리는 아들. 전반엔 어땠고 후반엔 어땠고를 혼자 중얼거린다. 음료수를 마시고 당을 충전한다. 짜증이 좀 가라앉았는지 10분이라도 뛸 수 있는 게 어디냐며,  국가대표 선수들도 후반 1분 남겨놓고 뛰는 선수도 있는데 난 꽤 많이 뛴 거라며  10분이라도 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이번 경기에 투입되지 않은 5학년 친구들도 있는데 감사한 일이다.



운동하기 좋은 가을, 아들 덕분에 인천 바다도 보고 공원 잔디도 밟으며 걸어봤다. 그라운드를 뛰는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보며 좋은 에너지도 듬뿍 받고 왔다. 건강하게 열정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해내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아이들의 모든 날들이 눈부시길, 흘리는 구슬땀들이 모여 꿈에 이르는 그날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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