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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Jan 08. 2024

축구하는 6학년, 중학교 진학경기가 시작되었다

일산 축구 명문중학교 백마중 1학년들과의 경기

초1 때 방과 후 축구를 시작으로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아들. 2024년도 올해 6학년이 되었다.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운동한 지 올해로 4년째. 작고 귀여웠던 아이의 키가 어느새 나만해졌다. 손도, 발도 나보다 더 큰 12살.


축구하는 아이들에게는 12살이 중학교 입시의 시작이다. 5학년 말부터 넉넉잡아 6학년 10월까지 사설 구단에서 뛰는 아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습경기와 진학경기를 뛴다. 구단 감독님의 능력과 인맥에 따라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주 2회 이상, 아이들은 치열한 무대 위에 올라 가진 재량을 있는 힘껏 보여줘야 한다.


리맨즈 FC U12  vs  백마중학교 U13


12월부터 시작된 진학경기. 오늘은 일산 축구 명문, 백마중학교 1학년 형들과의 경기다. 집하고 가까워 이동거리가 짧아 좋다. 마침 시간이 되시는 시어머니께서도 손자의 경기를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오셨다.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빵점인 엄마는 약 한 봉지를 입에 털어놓고 움직여 본다.


6학년 총무인 내가 해야 일은 아이들의 간식과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음료를 챙기는 일. 진학경기는 머리 한 두 개는 큰 중학교 형들과의 경기라 아이들의 체력소모가 굉장히 심하다. 체급 차이가 있다 보니 형들은 쉽게 뚫고 동생들은 어렵게 막는다. 공격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지만 수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힘든 경기를 한 날에는 간식이 필수라 오늘도 미리 포장해 놓은 간식을 들고 경기장으로 출발.

총무 엄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포장을 담당합니다


진학경기에서 승패는 따질 필요가 없다. 무조건 지는 경기다. 10골은 그냥 먹힌다고 보면 된다. 이미 초등에서 실력 검증된 형들과의 경기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스피드, 기술, 체력 등 뭐 하나 따라갈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6학년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 형들을 상대로 갖은 방법을 쓴다. 그래도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딪히고, 버티고, 열심히 쫓아간다. 힘 좋은 형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걸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8골? 10골? 형들이 몇 골을 넣었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우리 아이들의 멋진 빌드업 모습도 나왔고, 센스 있게 패스 게임도 했고, 머리 두 개 큰 형들의 공을 빼앗기도 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힘든 상황에서는 의식보다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아이들의 연습량과 노력이 돋보이는 순간이 나온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어떤 포인트에서 아이들을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축알못 엄마가 보는 포인트는 딱 하나다. 바로 "용기" 빠르고 힘 좋고 기술 좋은 형들과의 경기, 나 같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쫄았을 것 같다만 유소년이지만 역시 선수는 선수다. 티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어차피 경기는 뛰어야 하고, 피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 하는 아이들. 대견하다.


형들, 고마웠어!


한참 작은 동생들과 경기하면서도 매너 좋게 최선을 다해 준 백마중 형들도 정말 멋있었다. 보통 형들이랑 경기하면 몸싸움하다 2m씩 날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어린 동생들이라고 깔보지 않고 정말 성실하게, 멋지게 뛰어준 덕분에 큰 부상 없이 진학경기를 끝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다음 주는 인천과 대전을 간다. 형들과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부상 없이 경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 중학교 진학을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니 엄마도 마음을 굳게 다잡아 본다. 살아보니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2~3번쯤은 있었던 것 같다. 아들에겐 바로 올해가 그 시기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엄마의 사랑과 응원을 보내줄게.

2024년, 다치치 말고 후회 없이 뛰어보자.

늘 그렇듯 항상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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