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금붕어의 완전한 사랑법 11

소설 오 마이 베이비

by 박지아피디

<11> 곡명 : 청혼

아티스트명 : 이소라


말할 거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그럼 늦은 저녁 헤어지며 아쉬워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나도 모르게 겁이 나요 꼭 붙들어줘

같이 처음부터 시작해요 우리의 시간 나는 당신을 믿을게요

그대에게 나 반한 것 같아

말은 안 했지만 너무 멋져 보여요 그대에게 나 반한 것 같아

말한 뒤에라도 후회하지 않을게요

두근거려요 마음으로 안아줘요

같이 살아가면서 부딪치고 힘들겠죠

걱정 말아요 잘할게요

그대에게 나 반한 것 같아

말은 안 했지만 너무 멋져 보여요

그대에게 나 반한 것 같아

말한 뒤에라도 후회하지 않을게요

말할 거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그럼 늦은 저녁 헤어지며 아쉬워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그대에게 나 반한 것 같아

말은 안 했지만 너무 멋져 보여요

그대에게 나 반한 것 같아

말한 뒤에라도 후회하지 않을게요



근데 이거 약간 프러포즈같이 들리네. 만난 지 4개월밖에 안됐는데 너무 급하신 거 아냐? 이 양반... 거 도련님같이 굴더니 성격 무지 급하시네...

아무튼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베이비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인 나는 집에서 홍초소주나 만들어 갖다 바치면 된다.

토요일에 mbc <무한도전> 할 때는 베이비 옆에 꼼짝도 안 하고 딱 붙어 앉아 같이 떼굴떼굴 구르며 웃으면 되는 거다.

혹시라도, 옆 sbs 스타킹에선 ‘뭐~하나’ 궁금해서 채널 돌려 보거나 그러면 그거는 안 된다. 혼자 있을 때 재방 보면 된다.

‘우리 결혼했어요’할 때 “난 저렇게 연애하는 프로가 왜 이렇게 좋지?”하며 마치 자기가 첫사랑에라도 빠진 듯이...

풋풋한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이를 귀에 입을 걸고 헤벌쭉 쳐다봐도...

절대 소시의 ‘서현 님’을 투기하는 따위의 그런 짓만 안 하면 되는 거

‘칠거지악七去之惡’ 중에 하나다.

어차피 나도 김태우 님 나오시면 헤벌쭉 이니까...‘

이게 아름다운 거다. 이게 제일 자연스러운 거다.

따라서... 내가 놀아야 한다는 베이비의 헤롱대는 취중 진심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버는 돈??? 솔직히 다 쓸데없다.

만년필 안 쓰고 볼펜 쓰면 될 것 아닌가??? 말이 그렇지 만년필이 좀 불편 한가? 잉크 넣고 그러다 손에 시커멓게 묻히고... 한 번은 콧수염처럼 얼굴에 묻히고 방송국 누비고 다녀 남 우힐 뻔했다.

가지고 있는 만년필만도 50개가 넘는다. 내 손녀딸이 죽을 때까지도 다 못쓴다.

술 안 취한 멀쩡한 정신일 때 베이비가 맨날 주장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서방이 돈 벌고 들어오면 김이랑 김치랑 계란 프라이랑 해서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온 마누라 궁둥이 두드려주며 9시 뉴스 보고...

슬슬 졸면서 <놀러 와> 같은 예능프로 보다가...

마누라가 ‘그냥 궁금해서...’라는 이상한 질문 해대며 찡얼거리면...

더하기 빼기 이중주 못 이기는 척 살짝 한판 때려 주시고...

팔베개는 팔 아프니까 딱 3분 동안 해주는 척만 하다가...

완전 대자로 뻗어 푸~욱 잔다...’

이게 제일루 행복한 거라 그랬다. 난 이 백만 퍼센트 동의한다.

서방이 설거지만 가끔 도와준다면...

베이비는 헤롱 대며 마지막 말을 하며 또 운다.

“나도 다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구... 흑흑~”

우는 걸 보니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계획인가보다...

‘베이비는 술 취하니 터프해지고 책임감이 강해지는군!!!‘ 생각하며 뿌듯했다.

베이비의 그 가슴 벅찬 계획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베이비의 계획대로만 일이 잘 된다면 나한테도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계획을 얘기하다 말고 화장실 가서 꺽꺽거리는 베이비를 위해...

꿀물보다 왠지 더 속에 좋을 것 같아 엄청난 사랑을 듬뿍 담아 유자차를 타서 줬다. 속이 좀 풀린다고 하더니... 다시 화장실 가서 꺽꺽거렸다. 역시 술 마신 뒤에는 유자차보단 꿀물이 더 효과적인가???

어렵게 진정된 베이비는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들려고 했다. 근데 호기심은 절대 못 참는 나는 헤롱 대며 새근거리는 베이비에게 계획을 물어봤다.

“베이비는 십 년 뒤의이 뭐야?”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자주 묻는 내 18번 질문이다. “현재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의 꿈이 실지로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답변 후에는 반드시 내 최근 꿈을 되물어봐 달라는 은유적인 질문이다.

어린애처럼 조석으로 꿈이 바뀌는 나로서는 그때그때 그 꿈에 대한 나의 찬란한 계획을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꿈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힙합 전사였다. 타블로와 타이거 JK가 강혜정과 윤미래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그렇게 정했다. 힙합 가사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의 힙합 전사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내 이름(본명)을 외친다.

“ 찌~~ 이롱”

내가 힙합 전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아~ 물론!!! 캔디를 국민스타로 만들어 놓는 것도 있지만 그건 내 일이니까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다. 그러니 꿈은 아닌 거다. 금방 이루어

질 테니까~ 원대한 계획 정도랄까...

그런데 4월 4일 이후로 꿈이 또다시 바뀌었다.

베이비의 컴백...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그 즉시, 난 내 전 재산과 내 살 15kg을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기부할 거다.

꿈이 이뤄져 내 전 재산과 내 살 15kg을 기부해도 난 전혀 걱정 없다.

취중에 한말이지만... 베이비가 굶기지는 않는다 했다.

난 분명히 들었다.


* 4월 4일 이후의 내 생각들

베이비와 나는 그 뒤로 어떻게 될까요?

아니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4월 4일 이후 베이비와의 인간관계는 상상이 그대로 현실이 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4차원의 세계에서 펼쳐질 겁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이제 알겠네요...

제가 하도 4차원 4차원을 좋아하니 4월 4일에 이 모든 사달이 난 거네요. 하~하~하~

그럼 <4차원적인 오늘의 운세>에서는 후일에 웃는 사람 저 맞는 건가?

아~ 제가 4차원 4차원 입에 달고 다니면서 그걸 몰랐네요...

<4월 4일 인간관계>로 4차원에서 후일 크게 웃을 일 있는 사람은 저였군요...

아니? 4차원 내 상상 속 현실인데 당연히 내 맘대로 지요.

그렇게 따지지만 마시고요~16년 연륜 있는 피디로서 말씀드리는

데요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 해피엔드 좋아합니다.

전 피디로서~

한 명의 해피엔드 좋아하는 한국 사람으로서~

베이비의 찌롱이로서~

이 이야기가 해피엔드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

베이비에게 십 년 뒤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헤롱 대며 자신의 을 얘기했다.

“어~어 아빠... 되는 거? 친구 같은... 음냐 음냐~ ”

들릴랑~말랑 읊조리는 베이비의 그 꿈을 듣는 순간, 난 ‘얼음’이 되었다.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여겨지는 -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포함되지 않은 ‘꿈’인 것 같다.

아빠라... 친구 같은 아빠라...

언젠가는 베이비랑 혹시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본 적 있다.

그런데...

베이비의 십 년 뒤의 꿈이 진짜 ‘친구 같은 아빠’라면 난 적어도 십 년 뒤가 되기 전에는 아니, 최소한 9년 안에는 헤어져 줘야 한다.

베이비가 결혼도 하고...

마누라 궁둥이도 두드려 주고 더하기 빼기 이중주도 연주해야...

애기도 낳고 그래야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 줄 수 있는 거다.

거기에 내가 있는 그림은...

그 그림은...

좀... 그저 그렇다.

그 그림 속에 내가 들어가기를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베이비가 꿈꾸는 그 그림에는 ‘나’란 사람이 너무도 안 어울려서다.

그 그림 안에서 베이비가 궁둥이를 두드려 줘야 되는 여자는 왠지...

나보다 훨씬 젊고 사이즈도 55이고 예쁘고 요리도 잘하는... 말대꾸라고는 통 안 하는 베이비 같이 참한 색시여야 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다른 사람보다 굉장히 많이 정신없고 낯 두꺼운 사람이지만... 나도 이제 그 정도는 안다.

나보다는 베이비에겐 그런 색시가 더 어울릴 거라는 것쯤은 이제 나도 알게 되어버려서 서글펐다.

“애기... 안 낳을 거면 베이비랑 헤어져야 되겠네...”

비몽사몽인 베이비에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들릴 듯 말 듯한 모기소리로... 물어봤다.

“몰라... 몰라... 음냐 음냐...”

‘역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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