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달라고 관심을 원하는 강아지보다
기다려 주는 고양이가 좋아졌다
빨갛고 자극적인 신라면보다
맹하고 멍청한 진라면 순한 맛이 좋아졌다
나를 떠들게 만드는 사람들보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나 자신이 더 좋아졌다
화려하고 향기 나지만 시들어 버리는 꽃보다
아무 데나 넣어도 풍미 나는 파가 좋아졌다
생각만 해도 시큼한 귤이 싫어지고
은근한 달콤함이 혀에 미끄러지는 단감이 좋아졌다
해물이 잔뜩 들어가 시원한 국물 맛 나는 중국집 짬뽕보다
대기업이 과학적으로 조미한 짜파게티가 더 당긴다
덩치가 산만한 말근육 섹시한 남자보다
할 말 많은 남자의 수다 같은 책들이 더 좋아졌다
인간은 페스츄리의 몇백 겹처럼 벗길수록 새로운 껍질이 나오는 건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다른 트랙으로 옮겨 다니는 트랜 서퍼인지...
변하는 나를 쳐다보느라 하루 종일 바쁘다
고양이가 하루 종일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변하거나, 딴 사람이거나
나는 강아지에서 고양이로 변한 것이다
당신도 변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