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에 며칠 지난 어제 처음으로 브런치 글을 쉬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말 다른 글들을 쓰느라 바빴고 두 번째는 이제 브런치에 정제된 글만 올리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매일매일 글을 올렸다. 이제는 글쓰기가 습관이 됐을 뿐 아니라 반쯤은 직업까지 된 수준이 되었다. 드라마 하나 시나리오 2개(영화사가 의뢰한 극본 외에 내가 쓴 단편소설도 디벨롭해서 시나리오 작업하기로 얘기됐음) 그리고 3월 말에 있을 소설 신인문학상 응모 작품으로 단편 소설을 쓰고 있고 5월에 있을 방송국 극본 공모전 글도 쓰고 있다. 그러니까 하루에 다섯 가지 종류의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 쓴 글에 진짜 내 작품을 쓰느라 브런치에 조금은 뜸해지는 걸 바란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 말대로 되어가고 있다. 하늘이 도와주고 있는 느낌이다. 이 글은(이런 걸 써도 되나 싶지만) 반신욕을 하면서 쓰고 있다. 점점 문학적으로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가는 나 자신이 너무 좋다. 오랜만에 자존감이 풍선처럼 부푸는 느낌이다.
허파에 바람차면 안 된다고 늘 말씀하시던 아빠의 호통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난 허세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굉장히 노력 중이라고 속으로 대꾸하게 된다. 서두르고 앞서가고 막무가내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한 나에게 시간은 리필되지 않는다. 한정된 접시 위에 샐러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려 안간힘을 썼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처럼 많은 글과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다. 게다가 즐기고 있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나에게 온 두 번째 기회를 꽉 잡고 놓치지 않을 것이다. 땀방울이 얼굴에서 흘러 내림에 따라 문장이 하나씩 머릿속에 입력된다. 창작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어서 신에게 감사하다.